드라마 ‘환혼’이 여주교체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낙수라는 살수가 무덕이라는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파트1에서는 정소민(무덕)이 파트2에서는 고윤정(낙수)로 여주가 교체된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1인 2역만큼은 아니지만 2인 1역도 꽤 많이 나온다. 유령, 빅, 18어게인, 철인왕후에서 보여준 것처럼 성형수술, 혼, 과거의 몸으로 돌아감, 타입슬립 등등 그 사유는 다를지라도 꽤 많이 다뤄졌던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1인 2역보다 2인 1역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게 사실 더 어렵다. 1인 2역의 경우는 연기력이 좋은 배우가 두 역을 다르게 연기하면 된다.
그런데 2인 1역의 경우는 다른 사람이 동일성을 가지고 하나의 연기를 해야한다. 아역일 경우는 성장과정에서 말투나 이런게 달라졌다고 우길수나 있지 시간차가 없는 연기인데 동일성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2명의 배우가 훌륭하게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바로 시청자들의 ‘마음’ 즉 감정이입에 대한 문제다. 다른 나라 시청자들도 그러겠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유독 드라마속 인물들은 사람처럼 대하고 마음을 준다.
문제는 얼굴이 달라지면 작품 속에서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다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드라마 ‘환혼’이 직면한 문제다. 물론 드라마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아니었다면 바로 부정했을 것이다.
때문에 이것은 하나의 카더라 설을 넘어서 신빙성 있게 보여진다.
낙수의 몸이 없어진 상태이기에 스토리 상으로 어떻게 연결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작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일단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정소민이 여주에서 내려오는 것이 별로 탐탁지가 않다. 왜냐면 이미 정소민의 얼굴에 마음을 많이 줬기 때문이다.
사실 드라마 제작진은 이러한 부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의 전작중 하나인 빅에서도 영혼이 바뀐게 나온다. 스토리상 영혼이 돌아간 이후에 벌어지는 혼란과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적어도 3-4부에 거쳐서 다뤄졌어야 했다.
그런데 빅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덕분에 드라마 스토리가 정말 루즈해졌다.
당시 필자는 왜 그렇게 했는지 의아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시청자들에게 공유와 이민정을 커플로 마음을 주게했다.
그런 상황에서 영혼이 바뀌면 공유를 서브 남주로 전락시켜야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여긴다.
실제로 그래서 대부분 2인 1역일 때는 극 초반이나 극 후반에만 부차적인 인물을 살짝 등장시키는 걸로 간다.
빅에서 공유가 주가 되어 나왔으며, 18어게인에서는 이도현이 주가 되어 나왔다.
또한 철인왕후에서도 신혜선이 주가 되어 나왔다.
그런데 환혼은 이 룰을 깨트리고 파트1에서 부차적이었던 고윤정을 파트2에서는 주로 등장시킨다는 모험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의아한건 그런 계획이 있는거 치곤 작품 자체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시도가 없다는 데 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정소민이 연기를 할 때 계속 고윤정의 얼굴을 덧씌웠어야 했다.
정소민이 말하고 있어도 고윤정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어야 했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유령이었다. 최다니엘이 사고를 겪으면서 재건성형을 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소지섭이라고 오인하는 바람에, 소지섭의 외형을 갖게 된다.
솔직히 초반에만 최다니엘이 나오고 안 나올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등장했고, 두 배우의 연기 싱크로율이 높은 탓에 나중에는 소지섭이 말하고 있어도 최다니엘이 말하는 것 처럼 보였다.
오죽하면 당시 유령의 최대 수혜자가 최다니엘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드라마에 반전을 주기 위해 일부러 고윤정을 덧씌우지 않은 거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데 반전보다도 감정이입은 훨씬 중요한 문제다. 감정이입이 깨진 반전은 없느니만 못하다.
아직 8화까지 밖에 방영이 되지 않았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른 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필자가 보기에는 초반부터 깔아둬야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주가 교체되든 교체되지 않든 시청할 때 감정이입이 떨어지지 않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