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림 Oct 10. 2022

작은 아씨들 마지막회 저는 참 흡족했는데요.2

3. 베트남 전쟁

베트남에서는 작은 아씨들’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베트남 쪽에서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영웅처럼 묘사했다고 화가 났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제 K-drama는 더 이상 내수용이 아니라 하며 글로벌에 맞는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한 리뷰영상을 보니까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 너무 기능적으로 소비했다는 점에 문제제기를 했다.


양측 다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자국민 20명, 100명 죽인 사람들을 대단한 존재로 그린 거 같으니 화가 났을 거다.


그리고 베트남 참전 용사의 가족 입장에서는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 예우가 좋지 못한 것도 화가 나는데 드라마에서 살인기계처럼 그려지니 속상할 것이다.


양측 다 이해가 간다. 또한 작가, 특히 매체 작가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필자가 작가라 그런지 너무 작가한테 과한 요구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베트남전을 끌어왔는지 필자는 모른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필자가 느꼈던 건 이거다.  


작품에서 베트남 전쟁은 정란회, 원령가의 시작이다. 전쟁이라는 지옥 속에서 피어난 괴물 같은 존재가 정란회, 원령가다.


그 배경으로서의 역할이 있을뿐 인명을 20명, 100명을 사살할 걸 영웅시할 의도도, 베트남 참전 용사를 안 좋게 그릴 의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면 이건 특수한 한 부대의 제한적인 이야기라는 걸 처음에 분명히 못을 박았다. 전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부의 이야기라는 걸 말이다.


물론 사회적 인식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모든 자폐인들에게 다 무슨 능력이 있냐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시선이 있듯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진 모습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다른 자폐인을 등장시켜서 모든 자폐인이 우영우같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작은 아씨들에서는 정란회는 베트남전 일부의 이야기라는 걸을 계속 강조했다.


이 이상을 작가에게 바라는 건 정말 너무 가혹하다.


4. 둘째 오인경의 정의감

지난번 이야기했지만 오인경은 필자에게 아주 불편한 캐릭터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혹자는 하종호가 같이 유학가자고 했을 때 오인경이 거절한 게 말이 안된다고 했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그런데 그게 오인경이라는 캐릭터다.


오인경은 사실 편하게 살려면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었다. 오인주와는 다르게 고모할머니의 총애를 받았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던 하종호라는 부자 남사친도 있었다.


아니 두개를 제외하고라도 그녀에게는 주식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굳이 돈도 잘 못 버는, 자신에게 어떤 면에서는 버거운 기자가 됐다.


왜 그랬을까? 오인경은 다른 사람의 부(副)에 탑승하는 걸 ‘진다’라고 생각한다.


가난이 떳떳하다고 말했던 건, 가난한 상태로 견뎌내는 게 ‘이긴다’라고 여겨서다.


그녀는 정의롭고 좋은 사람이지만 그만큼 이기적이기도 하다. 사실 정의롭다는 평을 받는 인물들은 자신의 이상 외에는 다른 것들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사실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욕망과도 연결되고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


오인경이 100억을 받은 게 캐릭터 붕괴라고 하던데 필자는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오인주가 20억을 챙겼다는 걸 알았을 때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비자금 장부가 손에 들어온 이후 오인주의 길을 인정해준다.


그리고 100억을 받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작품에 나오지 않았다. 이거 가지고 캐릭터 붕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필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고모할머니의 회사였다. 재무제표가 최악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필자는 이걸로 뭔가 경제적 보상을 받나 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어쨌든 정말 ‘작은 아씨들’을 보는 동안 즐거웠다. 매회 예측 불가능한 전개들이 너무 즐거웠다.


필자와 다른 생각들을 보면서 정말 이 세상에는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하고, 같은 걸 봐도 다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런 만큼 앞으로 작가들은 더 힘들어질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아씨들 마지막회 저는 참 흡족했는데요.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