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되는 법,에밀리 와프닉」
너는 늘 하는 일에 떳떳하고 싶어 했지. 사람들 앞에서 ‘무슨 무슨 일을 하는 ㅇㅇㅇ입니다’하고 당당하게 너를 소개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잘 알아. 대학 졸업 이후 다양한 일을 해오는 동안 왜 그렇게도 자신감이 없었던 건지 시간이 이만큼 지나고 나서야 좀 알 것 같아. 넌 아마도 전공과 무관한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새로 도전한 일 앞에선 비전공자로서 주눅 들었을 거야. 궁금한 일은 해봐야 알 것 같은 그 마음을 온전히 믿지 못해서 새로운 도전을 두고 이 열정은 또 얼마나 지속되려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수도 있지. 그렇게 선택하고 도전한 길이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 더 이상 일을 즐기기 힘들었던 거라고 생각해.
기억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근황을 물어올 때면 애써 스스로를 설명하려고 열심이던 날들을.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제대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던 날들을. 내가 만약에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뭔데?’ 하고 묻는 질문을 굉장히 불편해했던 그때의 너를 만난다면 직업이 너를 다 말해주는 건 아니라고, 너를 한 가지 직업으로만 소개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
이 책을 쓴 에밀리 와프닉은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이고 블로거야. 뮤지션이자 디자이너, 법학도와 영화인의 길을 지그재그로 걸어온 다능인이지. 에밀리 역시 ‘단 하나의 진정한 천직’이라는 로맨틱한 개념 앞에 수없이 좌절하며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은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에게 멀티포텐셜라이트multipotentialite, 즉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부여하며 스스로의 잠재력을 계속해서 끄집어냈지.
이 책에서 다능인은 자신에 대한 의심과 낮은 자존감, 선택의 전환에 대해 우울과 불안, 실존적 딜레마 그리고 죄책감을 겪기 쉽다고 말해. 그야말로 네가 꾸준히 고민해오던 것이지. 에밀리는 다능인의 여러 유형을 분석해서 각각의 패턴마다 어울리는 행동 방향을 제시해 주고, 궁극적으로는 너의 다양한 재능만이 너를 유일하게 하는 것임을, 비로소 온전히 너 자신이 되는 법이라고 말해준단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하나만 고를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야.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당신은 아니다. 변화는 당신의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도구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직업이 아니다. 당신은 ‘음악인’, ‘선생님’ 또는 ‘엔지니어’보다 더 큰 존재다.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심지어 직업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전부다.
<모든 것이 되는 법> 206쪽
직업이 바뀔 때마다 느꼈던 죄책감과 수치심, 또다시 초보자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최고가 아니라는 두려움 등 다능인의 고질병에 격하게 공감한다면, 너도 이쪽 세계의 사람일지도 몰라. 나는 이상한 사람인 걸까 고민하는 대신에 자신을 믿고 재능의 한계를 닫아두지 않았던 에밀리처럼 스스로를 다능인으로 불러줄 수 있다면 너를 폭넓은 관심사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불분명한 직업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 설계라는 넓은 그림 속에서 너그럽게 자신을 껴안아줄 수 있을까?
당신은 스스로 경험하고, 창조하고, 배워왔던 것들이 여전히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관점을 가진 새로운 분야로 들어가기 위해 당신의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되는 법> 206쪽
무언가에 꾸준하지 못했다는 것에 주눅 들지 않아도 돼. 단 하나의 모습으로 너를 완성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네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 앞으로 하게 될 일들이 네 앞에 놓인 긴 시간 속에서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해 줄게. 그저 지금처럼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호기심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면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부디 솔직해 줘. 하나씩 이뤄나가는 작은 일들이 켜켜이 쌓여 더욱 다채로운 네가 될 테니까. 스스로를 다능인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봐. 너의 다재다능함을 지속할 수 있는 인생을 구축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