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Sep 04. 2024

실패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책과 후회로부터의 깨달음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

정말 자책을 많이 했다.

이런 결과를 만든 나 자신 실망스러웠다.


점점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졌고

모두 대출로 충당되었다.

그 돈은 정말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까?

가족들에게 짐만 안겨준 결과에 죄책감이 들었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면목이 없었다.


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지하철 몇 정거장을 앞서 내려서

터덜터덜 걸으며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후회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고,

다만 깨달은 것은

이 일을 해결할 사람 역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는 것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대출을 줄여나가는 것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

가족들에게도 최선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야 했다.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책과 글들을 찾아 읽고,

명상을 하고, 고요함 속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사진: Unsplash의Ben Grayland


지나온 과거의 선택들이 자꾸만 아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도전들을 시작했던 2년 전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자꾸만 하게 되었다.


2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급 받고 저축하며

천천히 집 담보 대출을 갚아나가고,

아이들 크는 하루하루를 함께하며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문득 깨달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2년 전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들은

전부 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잖아?"


그러면, 지금 그렇게 살면 될 일이다.


사진: Unsplash의Andre Hunter


아이들이 태어난 후

맞벌이 직장생활과 집안일, 육아를 병행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간에 쫓겨 살아왔다.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직장에서의 시간을 줄이고 싶었고

조기 은퇴에 대한 꿈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어쩌면 나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여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한 움큼괴로움이 덜어다.


그러고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대출도 크게 늘어난 이 상황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채

미래의 행복만을 좇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이만하길 다행이고,

일단, 지금의 삶에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좋아질거라고 믿기 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