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는 행복하다
여덟 살 동동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작년 연말에는 "엄마아빠 사랑해요 동동이는 행복해요"라는
편지를 방 문에 붙여두어 우리를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다니
모든 바쁜 일상, 힘들었던 기억이 잊혀지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도 행복해졌다.
어제 저녁, 브런치 글을 쓰려고 창을 열고는 빈칸을 보고 있는데
동동이가 말했다.
"제목 : 나는 행복하다!"
"그래? ㅎㅎ 좋아 그럼. 오늘은 동동이가 언제 행복한지 써보자!"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덟 살 동동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
잠이 덜 깬 아침에 엄마 아빠에게 안겨 거실로 나올 때
엄마 아빠의 이불속
배드민턴 시간에 강스매시 날릴 때
운동하고 땀 흘리는 순간의 상쾌한 느낌
재미있는 책 읽기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출발하는 여행
주말 아침, 잠 깨기 전 아빠가 거실에 틀어놓은 음악이 들려올 때
매일 물을 주는 식물이 잘 자랄 때
샤워하며 노래 부를 때
축구 시간에 골키퍼로 슈퍼세이브 할 때
엄마 아빠의 칭찬
금요일 저녁의 치킨
엄마 아빠가 씻겨줄 때
목요일의 공부가 끝났을 때(금요일은 공부 없음)
엄마의 볶음밥 아빠의 쌀국수
허벅지에 근육 생겼을 때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이렇게 많았다니
들을수록 신기했고,
이른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조급한 마음에 지난 몇 년을 보내온 나 자신과 비교되었다.
어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얼까?
나는 언제 행복할까?
표지사진: Unsplash의Savelie Anti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