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네가 뽑혀나간 자리를 혀로 낼름 쓸어보았다.
하악의 상하좌우에 박혀있던 뼛조각들을 빼내느라
꽤 많은 쇳덩이가 내 입안을 헤집었다
나는 이 4개의 뼛조각들이 꼭
봄 같고
여름 같고 가을 같고
겨울 같다
벌어진 잇몸에 하찮은 의료용 실이 억지로
방금 째진 살이 빨리 아물어버리라는 듯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묶여있었다.
나는 그래도 혀를 얇게 만들어 그 사이를 헤집고
휑하게 파인 우물을 쓸어보았다.
언제 그곳에 있었냐는 듯이
구덩이에는 비릿한 피만 고여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이물질이 끼지 않고
이제 더 이상 그곳이 붓거나 헐어버릴 일이 없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너 때문에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계절을 잃은 듯 마음이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