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ly gl grim Aug 08. 2019

영화 엑시트 exit에 나온 클라이밍 climbing

디테일이 안타까운 클라이밍 액션

 이미 400만을 앞두고 있고 꽤 흥행할 것 같아 보이는 영화 엑시트 exit는 높은 곳에 올라가야 살아남는다는 재난 설정상 도시를 오르는 장면에 클라이밍을 도입했다. 나도 몇 년간 실내암장에 꼬박꼬박 출석하며 클라이밍을 배는데, (지금은 몸이 낡아서 쉬고 있다) 영화에서 어느 정도로 묘사되엇을까 싶어 보러 갔다.


내가 배우기 시작할 때가 2012년 정도라 서울 내에 홍대 앞쪽의 애스트로맨 정도가 실내 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었다. 그러다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김자인 선수덕에 한창 클라이밍 인기가 핫 해지면서 김자인 남매의 신사동 자스(지금은 문을 닫음)부터 영등포 섹터비 까지 좋은 암장들이 많이 생겼고 국내 대회도 활발히 개최되는 등 인기가 생겼던 것 같다.


영화는 가벼움과 경쾌함으로 일관되어 있어서 다소 빈약한 클라이밍에 대한 묘사를 비난하기엔 사실 좀 민망해진다. 다만 수많은 클라이밍 마니아들이 영화를 보면서 '아 이건 아닌데' '아 저 자세는 좀...' 했을 만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고 싶어 졌다.


영화에 대한 평론은 라이너의 컬처쇼크 유튜브중 엑시트 리뷰 편에 맡겨두도록 하고 영화 속 클라이밍 장면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1. 영화 속 조정석은 클라이밍 장면에서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손 구조상 엄지손가락 근육은 팔과 가장 가깝고 또 가장 근력이 세다. 그래서 작은 홀드를 잡을 때 다른 손가락 위로 엄지손가락을 눌러줘서 그립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중간중간 대역이 연기할 땐 완벽한 동작을 보여주었지만 이런 디테일이 들어갔다면 클라이머들은 좀 더 감동(?) 받지 않았을까?


작은 홀드에서 엄지손가락이 터지게 되면 사실 버티기 힘들다. 물론 큰 홀드는 손가락이 깊이 걸리게 되어 엄지는 비교적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2. 윤아의 다리 올리는 동작은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 클라이머들은 남성에 비해 근력이 약해서 유연성과 민첩성을 기른다. 영화 속에서 윤아는 수준급 리드 실력을 보여주는 듯 비춰졌는데.. 옥상을 오를 때 발과 다리를 잘못 사용한다. 근력이 좋은 경우에는 팔힘으로 옥상 같은 턱을 올라설 수 있지만 보통은 발꿈치를 걸어서 무릎을 구부리는 힘으로 올라서야 한다. 물론 영화에선 클라이밍 슈즈가 아닌 운동화라 그립이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럴수록 발목의 힘을 받을 수 있는 발꿈치를 거는 게 맞다. 발이나 무릎, 발끝을 턱에 걸게 되면 갑자기 미끄러지거나 그립이 터질 수도 있고 무릎을 이미 구부려 오르게 되면 몸을 올릴 때 팔 힘이 많이 필요하다. 클라이밍은 신체 중 강한 근육을 주로 사용하게끔 공부하고 체득하게 된다. 효율적인 자세로 최대한 오래 멀리 가는 게 리드이기 때문에 자세를 만들기 위 한 유연성과 민첩성도 중요하다. 아마 여성 클라이머들도 영화를 보며 탄식을 했으리라 본다.

발꿈치를 걸고 나서 무릎을 구부려 몸을 올려야 한다.






3. 엉덩이를 빼지 마라! 클라이밍은 가능한 무게중심을 벽 쪽으로 붙여야 한다. 그래야 손에 걸리는 부하도 줄어들고 다리의 회전각도를 최대한 사용해 한번에 더 높이 오를 수 있다. 영화에서 조정석이 하는 것처럼 엉덩이를 쑤욱 빼고 있으면 엉덩이를 붙일 때 보다 몇 배의 힘이 손에 필요하다. 더구나 영화에 나오는 홀드는 손가락이 감쌀 수 없는 홀드가 대부분이라 손가락이 걸리는 각도를 위해서도 몸은 벽에 찰싹!!! 붙여야 한다.


사실 궁둥이 붙이는 건 하루정도 암장에서 떨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 가능하다. 손가락에 근력이 없을 때 궁둥이를 뗀다면 그냥 손이 홀드에서 빠져버린다. 발을 디딜 홀드만 탄탄하다면 궁둥이를 붙이고 나면 사실 손가락 한 개로도 버틸 수 있다. 매우 중요!

궁둥이 궁둥이를 붙이라고!!





클라이밍은 아마도 단기간에 체력을 가장 밑바닥까지 박살 낼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 싶다. 워낙 힘들다 보니 같이 시작하는 볼더링 학생들은 6개월 수강과정 중 10명 중 2명만 남는다. 그걸 버틴 2명은 정말 꾸준히 하게 될 만큼 초반의 사선만 넘으면 재밌는 운동이다. 근력도 중요하지만 요령과 등반 방법, 영화에 꾸준히 등장하는 루트 파인딩 등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많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동작들만 조금 추가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킬링타임으로 재밌는 영화다. 청년들 파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