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미신을 믿으십니까?
어느 날 포춘쿠키의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그닥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신문 스포츠면 운세란에서 흔히 볼 법한 기분 좋고 알량한 문구 한 줄이었다. 평소 같으면 대강 보고 버렸을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글귀가 기분 좋고 산뜻하게 다가와 문득 문구를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핸드폰과 핸드폰 케이스 사이에 끼워 보관하기로 했다.
그렇게 종이 쪼가리를 핸드폰 뒤편에 끼워 함께 다닌 지가 벌써 4개월이 되었다. 나는 미신을 믿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미 몇 달째 이 작은 종이와 함께 했더니 정이라도 들었는지, 함부로 버리기라도 했다가는 여태 이 종이가 가져다 주던 행운이 한꺼번에 날아갈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든다.
며칠 전에는 핸드폰 케이스를 벗길 일이 있었다. 그 속안에 낀 먼지를 닦아내고 싶었거나 했던 것 같다. 케이스를 벗기다가 그만 문구가 담긴 그 종이 쪼가리를 떨어뜨릴 뻔 했다. 종이가 바닥을 향해 또르르 회전하며 천천히 떨어지는데 중간에 바람이 불어 날아가지는 않을까, 떨어뜨린 종이를 실수로 밟지는 않을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떨어지는 도중에 잘 낚아채기는 했지만 그때 그 순간만큼은 마치 갓난 아기라도 손에서 놓친 기분이었다.
어느새 그 포춘 쿠키 문구는 내게 꽤 소중한 것이 되었다. 정확히는 문구보다는 그 문구를 담고 있는 종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일종의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이 된 것이다. 사실 맨 처음 그 문구를 읽고 맘에 들어 핸드폰 케이스에 끼워 놓은 이후로는 그 문구를 다시 본 기억이 없다. 핸드폰 케이스를 벗기는 일이 귀찮기도 하고 괜히 그 종이를 잃어 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게다가 혹시 남들이 보면 복이 달아 날까 싶어 문구가 없는 뒷면으로 뒤집어 끼워놓았기 때문에 매일 핸드폰을 들고 다님에도 다시 읽을 일이 없었다. 며칠 전 떨어뜨릴 뻔 했을 때도 놀란 가슴에 종이가 무사한지만 확인한 후 바로 다시 제자리에 끼워 놓았다.
솔직히 말해, 그 문구가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나지만 정확히 어떤 문장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제는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나에게 이 종이 쪼가리가 중요해졌다는 사실뿐이다.
종종 힘든 날이 있을 때 나는 핸드폰을 뒤집어 보곤 한다. 핸드폰 뒤편에 바싹 붙어있는 그 직사각형 모양 종이 쪼가리는, 우연히 책을 읽다 책장 안에서 발견한 잘 말려진 네잎 클로버와 같다. 그 네잎 클로버를 볼 때 과거 그 잎사귀를 찾았던 행운을 다시 떠올리듯이, 나도 그 포춘쿠키 문구가 적힌 작은 종이를 볼 때 마다 그 날 문구를 읽고 받았던 소소한 행복감을 떠올린다. 비록 그 나만의 조그맣고 하찮은 부적이 진짜 행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지라도, 가끔은 위로가 되어주기에 나는 아직 이 종이를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