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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도 있었네...

파리의 우버 운전사.

바흐는 말년에  실명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거장 헨델 역시도 말년에 시력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을 치료한 것은 같은 의사였다.


바흐와 헨델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서로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줄곳, 한참을 바흐를 듣다가 문득 헨델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헨델보다 바흐에 더 애착이 갔던 것은,

아주 오래전에 들은 헨델의 사연 때문이었다.

바흐가 경건했다면, 헨델은 무척 셈에 밝았다는 그 이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헨델을 속세의 작곡가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들어본 헨델의 피아노곡은,

그 역시도, 외롭고 어두운 골방이 있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모두 저마다, 자신의 지옥을 갖고 있었다.'라던, 상실의 시대, 와타나베의 독백이 떠올랐다.


어째서 저렇게 처연했을까,

어쩌면, 조성진의 연주여서 더 처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게 너무 조숙한 청년..

저속에 대체 어떤 역사와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금세 어른이 되어있을까? 궁금한 연주자...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듣기로 했다.

이유를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기에,

또 이미 피아노로 말을 다 한 것 같기에...


세상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고, 

말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너무 많다.

분노와 상처가 쌓여가는 시대,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 시인의 시구가

늘 귓전을 맴도는 시대..

나도 병이 든 것 같아 음악으로 치유를 받는다.

아.. 그렇게,

헨델도 있었네..

조성진에게 늘 감사...


https://www.youtube.com/watch?v=5ctnesYYicM

https://www.youtube.com/watch?v=bAVGNzgoh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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