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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May 26. 2022

외계 문학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전 세계 최초, 외계 문학 완역!”

 “번역가 김철구,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전 세계는 놀랐다. 아니, 이것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말 그대로 외계인의 문학을 지구 언어로 번역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번역가 김철구의 사진은 전 세계 모든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전 세계 언론들이 그를 취재하러 동작구 흑석동에 모여들었다. 당국은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번역가 김철구를 청와대로 초청하고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몰린 기자단들은 김철구와 질의 시간을 가졌다.

 “김철구 선생님, 어떻게 외계어를 습득하셨습니까? 직접 외계인을 만나서 대화도 하십니까?”

 기자단이 물었다. 

 “햫햫쏳땋랗? 하하하, 외계어로 안녕하십니까?라는 뜻이오. 먼저 먼 이곳까지 와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오.”

 김철구의 이 외계어 한마디에 기자들은 벌써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햫햫쏳땋랗’를 소리 나는 데로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영어로 발음 기호가 어떻게 됩니까?’라는 질문도 연신 쏟아졌다. 

 김철구는 말을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오, 집 근처 공터로 산책하러 갔다가 알 수 없는 강한 빛이 쏟아졌고, 나는 정신을 잃었소. 그리고 정신을 깨어보니, 외계인의 행성이 도착해 있었소. 그들이 나를 왜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외계인들의 환대를 받았소. 그들은 나를 외계 어학원에 등록시켰고, 초급부터 고급과정까지 모두 수료할 수 있게 지원해줬소.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외계어를 공부했지. 2달 정도 되니까 간단한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1년이 지나자 외계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소. 내친김에 외계어 인증 시험 2급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도 했소. 언어를 마스터하니 그들의 문화가 궁금해지더이다. 어느 날, 외계인 친구 쑣땮뺣땹이 제게 책 한 권을 건네줬소. 이것이 지금 여러분들의 눈앞에 있는 ‘오리발 연금술사’란 책이오. 전 이 책을 읽고 지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묘한 감동을 느꼈소. 이 책은 외계인들의 사랑과 희망, 그리고 우주정복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 이들의 문명과 역사가 서정적이고 세련된 문체로 쓰인 문학의 정수였소. 알고 보니 안드로메다 우주 문학상까지 수상한 작품이었지. 난 이 책을 반역하기 위해 18년이란 세월을 보냈소.”

 “번역하시는데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기자단이 물었다.

 “외계 언어이다 보니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들이 많다 보니 외계 언어에 상응하는 마땅한 지구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소. 최대한 의미를 풀어 번역하다 보니, 이 책에 있는 감동적인 문학적 표현들을 모두 이 책에 표현하지 못했소. 이것이 한스럽소. 아마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외계 문학이 소개되어 그 개념들이 정착된다면 번역 개정판을 고려하고 있소.”

 김철구가 답했다.

 “최초의 외계 문학서가 만국 공용어인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번역된 데는 특별한 뜻이 있었을까요?” 

 기자단이 물었다.

 “나도 이점이 궁금했소. 그 많은 지구인 중에 하필이면 왜 나였는가?, 왜 한국인인 나를 선택했는가? 나는 외계 언어를 배우고 소통이 가능해지자 외계인들에게 물었소.”

“그들은 이렇게 답했지.”      

“단지, 거기 네가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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