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사하게도 연초부터 작업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만 3개의 앨범 사운드 작업을 했어요. 작업이 너무 즐거웠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우는 경험이었습니다. 그중 이번달에 릴리즈 된, 진 푸른새미님의 앨범 <The Personal Blue>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아티스트와의 인연은 3년 전 했던 스터디에서 시작합니다. 스터디 멤버로 작곡가님을 알게 되었고, 틈틈이 들려주시는 습작을 통해 멋진 곡을 쓰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쓰시는 곡마다참 좋아서 따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들었고, 언젠가 앨범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감사하게도 올해 초 앨범 사운드 작업을 요청해 주셨습니다. 오래 들으면서 혼자 듣기 아쉬웠던 곡들이 세상에 나온다는 기대감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Preparation
앨범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각 트랙의 사운드를 한 앨범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미디 피아노 3곡과, 스튜디오에서 레코딩한 2곡을 포함해서 총 5곡이었어요. 레코딩한 피아노의조금은 거친 질감의 빈티지한 사운드와, 선명하고 깔끔한 미디 사운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개별 곡들의 사운드 또한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온전히 피아노를 위한 앨범은 처음이었습니다. 부족한 경험을 지식으로 보완하고 싶어서, 작업을 준비하면서 계속“피아노 모드”를 만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님의 에세이를 읽고,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제작에 관한 책도 읽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생각과 관점, 악기의 제조 원리와 사운드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노력 했습니다.
작곡가님이 사운드 레퍼런스로 삼았던 앨범은 싱어송라이터 전진희 님의 피아노 솔로 앨범 <Breathing>이었습니다. 전진희님의 앨범 사운드를분석하면서, 피아노 앨범의 사운드 특징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 연주의 톤, 공간감, 리버브의 크기와 덩어리, 피아노 악기가 들려주는 건반 소리와 메커니즘, 페달 사운드 등. 덕분에 사운드 작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Mixing & Mastering Work
각각의 곡에서 느껴지는 심상에 맞게 사운드를 만드는 건 무척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4번 트랙 “고요”를들으면서 잔잔한 호숫가의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호수 표면에 생기는 물결과 흔들림, 그리고 묵직하게 깊이가 있는 호숫가의 중심이 굳건한 느낌. 마치 감정이 흔들리는 날 마음을 잡아주고, 더 깊은 영혼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곡이었죠. 제가 느낀이미지를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피아노 톤에 짧고 긴 리버브를 2개를 사용해서 여러 가지 울림을 담았습니다.
3번 트랙 “그날의 바다는"여러번 시행착오를 했습니다. 바다라는 이미지에 맞게넓고 퍼지는 사운드를 만들었는데 왠지 어울리지 않더군요. 오히려 좀 더 좁고 집중하게 하는 사운드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다를 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까닭일까요.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담백하고 편안한 느낌의 사운드를 그렸습니다.
5번 트랙 “네가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는 조카에게 헌사하는 곡이었습니다. 레코딩한 스튜디오의 업라이트 피아노 사운드에는 건반이 움직이는 소리, 페달의 삐걱거림 등 악기움직이는 소리가 꽤선명히담겨있었어요. 너무 노이즈가 많은 건 아닌지, 작곡가님은 사운드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듣다 보니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카의 목소리와, 노는 소리, 웃는 소리 같은 사운드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피아노 톤에 설득력이 생길 것 같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녹음되어 녹아든아이 목소리는 곡의 매력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신나게 놀다가 잠이 드는 아이에게 불러주는 부드러운 자장가 같은피아노 사운드를 만드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각 트랙을 하나의 앨범으로 묶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의 색깔이 묻어나는 곡들이어서인지, 다양한 사운드의 곡이 자연스럽게 서사를 만들었어요. 그저 한 번에 멈추지 않고 들을 수 있게 다듬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Outro
몇 년 전 제 곡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던 사운드 공부가 쌓여서, 이제는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 작업을 돕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짧은 경험, 모르는 것 투성이인 제겐 매 작업이 새로운 시도이고 도전입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즐겁네요. 매 순간의 도전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며, 하나하나 만들다 보면 어느덧 더 성장해 있는 자신을 마주할 것이라 믿습니다.
음악으로 바쁜 일상은 꿈에 그리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업이 많아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앞으로도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기쁘게 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