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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김만수 Sep 26. 2024

05. 내 마음대로 간 맞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요리 초보였던 언제가 된장찌개 간을 맞추려 소금을 넣었던 적이 있었다. 뒷목에서부터 올라오는 짜릿함에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레시피대로 하더라도 맛의 시행착오는 충분히 겪을 텐데, 내 식대로 만드는 첫 요리가 뚝-딱 하고 성공할 리가 만무했다. 서툰 연애를 하던 그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스물둘이었던 내가 스물다섯이었던 그를 만나 수년의 연애기간을 보내며 나름 어른의 연애라고 생각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유치하게 내 식대로 밀어붙인 에피소드들이 이따금 기억난다. 이런 건 왜 하필 잘 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신혼 초도 서툰 연애를 했던 그때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함께 살을 부딪히며 사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앞전의 양말 사건을 들여다보면 나는 당연히 바로바로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그에게는 양말을 당장 안 치운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니까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은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상도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내 생각대로 하는 게 더 좋은 건데 대체 왜 하지 않는 거야?”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다음에는 한 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고 한층 부드럽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나한테 당연한 게 그에게도 당연해야 한다는 일상의 일반화 오류를 범했던 게 화근이었다.     


지나고 보면 다퉜던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았던 일들 투성이었는데 무의미한 내가 맞네, 네가 틀렸네를 반복하니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지쳐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를 내 입맛대로 맞춰선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음에도 알량한 자존심은 굽힐 생각 따위는 없는 듯 나와 그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사소한 일로 다퉈도 먼저 사과하고 안아주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미안해하고 먼저 다가가는 너그러운 아내가 되겠습니다.’     


수많은 하객들 앞에서 이 혼인서약서를 함께 읊으며 싱긋 눈 맞춤을 했던 그날의 우리는 그날에만 존재했던 것이었을까.


      

마주봄에서 함께봄으로 연습하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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