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스멀스멀 다가오는 극사실주의 결혼생활

by 보통의 김만수

6년을 만난 사이였어도 신혼은 신혼이었다.


안 먹던 아침밥을 차리고자 새벽 6시에 룰루랄라 기상을 하던 나와, 회식도 빠지며 칼같이 퇴근해 집으로 왔던 그였으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은 럽스타그램의 연속이었고 ‘우리는 어쩜 이렇게 잘 맞을까!’ 했던 나날이 계속 됐다.


그러다 조금씩 얹히는 감정은 서로에게 한 두 마디 잔소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는데, 예를 들어 밥을 먹은 뒤 바로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 정리까지 완벽해야 하는 내 성향과 나중에 설거지를 하는 그의 성향이 부딪혔다. 이미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 들긴 하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는 그랬다.


그는 자신이 설거지를 하는 날에 옆에 붙어서 주변 정리를 하는 내 모습을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아마 내가 그에 대해 못 미덥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그가 설거지를 할 때에는 싱크대에 잔반이 남아있거나, 요리했던 주변을 정리하지 않아 잔해들이 파편처럼 튀어있거나, 음식물이 묻은 행주를 그냥 물로만 빨아내고 끝내거나 등등 결국 내가 마무리를 하게 되는 상황이 매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얘기해 주면 그는 본인은 최선을 다하는 데 뭐라고만 한다고 서운하다고 했다-


나중에 얘기하기로는 자신은 잘 까먹어서 그런 거라며 고개를 으쓱거리니 그 뒤로는 그가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들어오면 내가 주방으로 가서 마무리를 하는 식으로 바꿨다. 어깨너머로 “왜 뭐가 또 있어?”라고 묻지만, 돌아가는 답변이 잔소리가 되겠지 싶어 “그냥~” 이러고 슥슥 치운다.


내가 설거지를 도맡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설거지의 예시였을 뿐, 다른 일에 있어서도 바로바로 처리하고자 하는 나와 언젠가는 수행하겠다는 그의 부닥침은 계속됐다.


어느 날은 옷이나 양말을 허물처럼 벗는 그와 그 뒤를 쫓아다니며 집어드는 내 모습이 짜증이 나 언제 치워내는지 보려고 내버려두었는데, 몇 날 며칠이고 그 허물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진저리를 쳤다.


“너 진짜 왜 그러냐?” 소리가 절로 나왔다.

04.jpg 기사님과 공주님도 사랑했지만 다툴 땐 심하게 다퉜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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