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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Aug 02. 2022

모두가 매 순간 창작을

조선반도에서 영화인으로 살아남기 #2

보고서를 작성하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기자일때의 글과 지금의 글은 무엇이 다르기에 지금 이렇게...불편한가.


쉽게 생각해보면 기자의 글은 팩트만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좀 더 명확하고, 간결하며, 가치 판단을 쉽게 내린다. 

기자만의 인사이트 역시 포함돼 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모호하게 보여지지 않도록

최대한 형용사 등을 배제하는 편이다.


반면 보고서의 글쓰기는 정 반대라고 볼 수 있다.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하지만, 인사이트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

분명히 단점이 큰 대상이라 할 지라도 최대한 장점을 부각해 주면서 단점을 에둘러 설명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글이 길어지고 미사여구가 많아지는 편이다.


두 글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의 감정에 대해 눈치를 봐야하는지의 여부다.


기자로선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기자는 그의 글이 온전히 누군가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명확히 전달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매 순간 창작인 일이었지만, 때문에 고됨은 있었지만.

적어도 짜증은 없었다.


반면 보고서의 글은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 그 아이디어와 얽혀 있는 주변 관계자들. 

아이디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떤 이득을 낼 수 있느냐에 목적인 사람들.

보고서를 읽는 사람과 그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사람들.

신경 쓸 구석이 너무나 많다. 

창작이 아님에도 창작이고, 고됨은 없지만 짜증이 난다.


"일에 왜 감정을 섞나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순진한 생각임은 인정한다. 

사람인 이상 누구도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 역시 현재와 위치가 달라진다면 명확히 팩트만 전하고,

가차없이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보고서는 부담스러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글을 쓰는 목적이 되는 대상이, 즉 독자가 누구냐의 차이다.

대중이라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팩트로, 

동시에 인사이트를 더해 대중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한 몇몇이라면 그들과 그들이 얽혀있는 이들 모두를 고려하여,

그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이 더 어려운, 가치있는 글쓰기인진 판단내릴 수 없으나(이런식으로 쓰게 된다)

적어도 내가 익숙하고 수월하게 여기는 것은 기자의 글쓰기다. 

명확한 팩트에 기반한 것이 결과에도 긍정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소심하게 망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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