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그저 살아남기

바쁘다.

할머니께선 젊을 땐 바빠야 좋다며, 가끔 어리광을 부리기 위해 전화하는 내게 완벽한 T형의 위로를 주신다.

나도 안다. 인생에 어떤 단계가 있다면, 지금의 내가 한창 바쁘고, 정신없고, 된통 깨지고 있는, 이 지난한 과정들이 분명히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그냥 너무 바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욕심도 넘치니 놓지도 못한다. 애초에 내가 놓고 싶다고 놓아지는 것들 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한참 모르지만, 어렴풋이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엿보는 게 가능하다 보니 나의 부족함 역시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하는데 뭘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겁만 앞서서, 되레 멈춰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요리조리 핑계 대기에 바쁜, 전형적인 게으름뱅이의 모습이다.

내가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어떤 모습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오늘의 하루가 진정 충만했는가, 나는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가.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핑계로 나태한 건 아닌가.

해서 차근히 하루를 정리하는 과정을 가져보려 한다. 매일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언제까지 이 결심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한 번, 내일 한 번, 삼일 뒤 한 번, 일주일 뒤 한 번, 이렇게 한 번씩 결심이 떠오를 때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나의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겠지.

일단.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