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Jul 12. 2024

비전공자의 42SEOUL 도전기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42SEOUL 본 과정 합격 후기


42SEOUL을 지원한 이유


당시 나는 예술대학교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던 학부생으로, 학과 특성상 3년 동안 미디어 전반에 대한 기획/디자인, 퍼블리싱을 주로 학습했다. 자바스크립트와 유니티(C#) 같은 수업도 듣기는 했지만 겉햝기 식으로 기초만 배우는 수준이었고, 이론을 깊게 파고 들기보다는 당장 프로젝트 식으로 무언가를 만들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내가 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척 부끄러운 실력이었다. 대학고 3학년 진학과 동시에 완전히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서적을 읽으면서 기본기를 다지고자 했고, 실무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IT 동아리 활동도 참여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만큼 불안한 마음 또한 크게 느껴졌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기획/디자인 위주였고 교과목 프로젝트를 병행하다 보니 온전히 개발 공부에 시간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프론트 개발 파트로 참여하는 것 또한 서비스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치우쳐 당장 할 일을 해치우는 데 급급했다.


기본적인 개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운 기술을 사용할수록 헤매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개발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아예 모르는 분야다 보니 어떤 것을 먼저 공부해야하고, 어떤 지식을 갖추는 게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고민이 길어지는 만큼 스스로가 개발자라는 직업에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


그러던 중, 함께 IT 동아리 활동을 하던 개발자 분께서 “42 Seoul”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추천해주셨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고 밑바닥부터 공부를 하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했다.


게임 형식의 1차 온라인 테스트를 통과한 후, 2차 라피씬 참여를 위해 휴학을 했다. 라피씬 기간이 한달이었기 때문에 학교와의 병행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회를 빌어 1년 간 정말 개발에만 집중해보기 위함도 컸다.



라피씬을 경험하다


대학교에서 UI/UX 기획 및 디자인을 배우며 주로 웹/앱 분야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꿈꿨다. 한 분야의 경험만 계속 쌓다 보니 다른 개발 분야는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라피씬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주변에 기획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개발자를 준비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를 준비하기 위해 모여서 틈날 때마다 개발 관련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프로그래밍의 기본이라는 C언어도 처음 접해봤고, 검은 화면에 흰 글씨만 있는 터미널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GUI가 아닌 명령어로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툴렀지만, 하나씩 찾아가고 배우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라피씬을 참여하는 동안 다른 동료들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속상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은 한 번에 이해하는 걸 바로 알아듣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과제를 진행하다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 몇일 밤을 새며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점점 포기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나 또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당시 함께하던 사람들과 같이 붙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루 12시간 이상 교육장에 붙어 있었고, 집에 가서도 노트북으로 과제를 뜯어봤다. 시험이 끝날 때쯤에는 밤새고 오전 6시에 다 같이 모여 맥모닝을 먹는 게 일상이 되기도 했다. 내가 참여할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교육장이 격일로 운영이 되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를 운영했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모여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다 같이 본 과정에 합격할 수 있었다.



Born To Code


처음 터미널로 파일 하나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 하던 내가 후반부에는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때 악착같이 공부한 보람을 느꼈다. 덕분에 뭐든지 겁낼 필요가 없고 일단 하면 된다는 생각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언어와 기술을 사용하고 어떻게 코드를 구성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언어와 기술을 사용해서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다. 언제든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과적으로 3기 합격했다! 본 과정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개발할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렌다.

합격 여부와 관계 없이, 라피씬 과정 자체가 나처럼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피씬을 경험하면서 내가 개발을 즐거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개발 분야든 도전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처럼 개발 분야를 도전하는 데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길 바란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깡과 끈기만 있다면 누구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