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연합 동아리 디프만(Depromeet) 6~8기 활동 후기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일정 기간 동안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IT 동아리 디프만(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만났을 때)에서 3기수 동안 활동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어떻게 합격을 했지?
대학교 3학년에 진학하면서 어떤 활동을 해야 내가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IT 동아리 디프만(Depromeet)을 알게 됐고, 타 개발자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큰 고민 없이 바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당시에는 합격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경험삼아 신청이나 해보자는 마음에 지원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합격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왜 붙었지?” 싶은 의문이었다. 사실 면접을 보고 나오자마자 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깃허브가 뭔지도 모를 만큼 개발 관련 지식이 없었고, 모르면 용감하다고 인증서도 등록되지 않은 어설픈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 하나를 제출한 게 끝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민망하다)
면접 당일, 면접관 분께서 웹 사이트가 ‘http’로 되어있는데 왜 인증서 등록을 하지 않았는지 여쭤보셨던 기억이 선명하다. ‘http’와 ‘https’의 차이도 몰랐기 때문에 질문 자체를 알아듣지 못하고 “잘 모른다”는 답변만 주구장창 했던 것 같다. 웹 사이트도 나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만 담은 터라 HTML/CSS 위주였고,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는 데만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했었다.
피면접자는 나 포함 2명이었는데 다른 분은 전공이 개발 쪽이라 대답을 잘하셨다. 속으로 감탄하면서 기가 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합격 통보가 잘못 온 줄 알았다. 나중에 동아리 뒷풀이 때 슬쩍 이야기를 들어보니 깔끔한 디자인과 화려한 인터랙션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눈에 띄었고, 면접 때 “뭐든지 할 수 있다! 열정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많이 보여서 인상 깊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약 2년 간의 활동 이야기
1) 첫 알고리즘 스터디
디프만 6기로 합류하고 알고리즘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기본적인 개발 상식이 부족해 되물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유독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알고리즘 스터디 첫 주차 때, 알고리즘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로 코드를 작성해 간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재귀라는 개념도 모르는 터라 어떻게든 코드가 돌아가게끔 짜갔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처음 봤다며 색다른 접근이라고 애써 칭찬해주던 기억이 난다. 이후 여러 주차를 반복하며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을 쌓고 보니 무척이나 엉망진창인 코드라는 점을 깨닫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2) 첫 프로젝트 : SmallTalk
“SmallTalk”는 여행 친구를 매칭해주는 웹 서비스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기획부터 디자인, 프론트엔드 및 백엔드 개발까지의 프로세스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실무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술인 React, Redux를 활용하여 API 연동까지 진행하며 실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 (React? 상태 관리? API…?),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가면서 공부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 진행 기간이 기말고사와 겹쳐서 정신이 없었는데, 내가 맡은 부분은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정신없이 몰두 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자바스크립트도 제대로 모르던 내가 2개월 사이 React, React Hooks, Redux를 스스로 공부하고 구현해낸 게 참 기특하다.
해당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웹 사이트와는 다르게 실험적인 인터랙션 요소가 많았다. 그만큼 디자이너와의 소통과 애니메이션 구현이 중요했는데 비교적 디자인 이해도가 높았던 덕분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을 해야하는지, 구현이 어렵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당시 나는 개발을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느끼던 상태로, 디자인을 전공했던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난 배움들이 쓸모 없는 경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에 주어진 요구사항을 확실하게 구현해 낼 수 있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개발자가 되어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3) 현재 진행중 : 작업공간 (v2)
6기 2차 프로젝트와 7기 1, 2차 프로젝트를 끝내고, 8기 1차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활동했다. (8기 2차 프로젝트는 42SEOUL을 참여하면서 활동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프만에서 참여한 프로젝트 중 가장 팀워크가 좋았던 프로젝트로, 처음으로 앱 등록 및 배포까지 경험해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이다. 실 사용자들이 이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여러 번의 QA를 진행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서비스 방향성도 괜찮고 팀워크도 잘 맞아서 2차 배포를 목적으로 여전히 진행중인 프로젝트이다. 현재는 웹이 아닌 앱으로 변경하고자 리액트 네이티브를 사용해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에 다른 팀원이 이직을 하게 되면서 잠시 중단했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는데, 서로 실력이 업그레이드 된 상태로 만났더니 속도가 더 붙었다. 덕분에 새해부터 바쁠 예정이다.
7기 운영진으로 활동했어요
7기에는 동아리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원래부터 학생회, 동아리 부장, 과 대표 등 여러 직책을 맡았었기 때문에 운영진 지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약 80명의 규모로 활동하는 동아리인만큼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7기 회장님 또한 평소 존경하던 개발자셨기 때문에 더욱 더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8명의 운영진 중 한 명으로 합류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했던 일은 새 기수를 맞이할 준비였다. 7기 동아리 운영 계획을 세우고, 모집 일정을 정하여 홍보글을 올리고, 지원서를 수집한 다음 면접을 진행했다. 전반적인 과정이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러한 경험이 처음인 나는 모든 게 색다르고 즐거웠던 것 같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프론트엔드 개발 면접관을 담당했던 경험이다. 그 때는 프론트엔드 개발을 시작한지 반 년도 안 된 상태라 ‘내가 어떻게 감히 저 사람들을 평가하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만큼 어떤 기술 질문을 드려야 하는지, 요즘 트렌드는 무엇인지, 면접 때 유심히 봐야할 태도가 있는지 등 열심히 찾아보며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배운 점은 자신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여러 활동을 많이 했고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동아리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나 긍정적인 태도가 느껴지지 않으면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어보이는 사람에게 더 시선이 갔다. 지원자 분들 모두가 이미 실력자라 기술적 평가가 무의미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태도를 취하냐에 따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것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7기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나의 별명은 뒤풀이 요정이었다. 말 그대로 참여하지 않은 뒤풀이는 거의 없었으며, 동아리 내 활기찬 분위기를 담당하는 막내 운영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종종 강남에서 모각코도 열었다. (물론 행사 진행과 프로젝트 참여도 열심히 했다) 후반부에는 갑자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더 많은 행사를 진행하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다. 특히 기획해놓은 행사들이 대부분 오프라인 전제였던 터라 원활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이 아직까지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후기 (이게 진짜 최종)
약 2년 간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무척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모두 값진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개발자로서 참여한 IT 동아리인 만큼 어설프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좋았던 기억 또한 가득 남아있다.
내 개발의 시작은 이 동아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디프만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어떤 기술을 공부해야 하는지, 내가 그 기술을 왜 익혀야 하는지, 그 기술로 무엇을 만들어 보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지, 결과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9년에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
** 특히 동아리 막내라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챙겨주고자 하셨던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IT 연합동아리 지원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지원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디프만을 지원하는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주저 말고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