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한동안 헤어져 산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관계이었든, 지금까지 자기가 처해 있던 자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헤어져 산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대수롭지 않은 인연이야 상관없겠다마는 그 존재가 가족이나 소중한 인연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시간을 좀 갖자"라는 모호하면서 거부하고 싶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제안에 대하여 답을 하기 전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별의 예고일까, 우리의 관계는 정말 끝인 걸까.
여차 저차 한 사연들로 인하여 나는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많이 혼란스러웠으나 이내 내 감정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많이 감성적인 생각에 기반하였으나, 점차 상황과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젠 괜찮다.
한동안 헤어져 산다는 것은 큰 슬픔이지만, 성장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아야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과 남편을 자신의 세계로 삼는 것이 꼭 현모의 자리, 양처의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부모이기에, 자식이기에 그리고 배우자이기에 상대방에게 오롯이 매몰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지만, 집착과 관계 왜곡의 시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뭐든 지 줄 수 있지만, 주지 않는 것이 좋은 부모, 좋은 자녀 그리고 좋은 배우자일 수도 있다. 서로의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아주고, 이해해주는 것.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마음 한편이 고통스럽지만 사랑한다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헤어져 산다는 것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