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중간
아침에는 무겁고 낮에는 가볍고 다시 밤이면 무거워지는 것은? 바로 4월의 옷차림이다. 일교차가 큰 4월에는 겉옷을 들고 나왔다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날도, 얇은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추위에 떠는 날도 잦다. 코디는 대체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옷장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작은 옷장에는 두툼한 패딩부터 급하게 꺼내둔 반소매까지 두께와 원단, 길이가 서로 다른 옷들이 엉켜있게 된다. 서로 오랜만에 보는 사이라 그런지 함께 있는 꼴이 영 어색하다. 미어터지는 옷장에 억지로 욱여넣어 구겨진 지도 몰랐던 셔츠를 급하게 입고 나갈 때면 옷장을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또 다음 주 일기예보를 보면 겨울옷을 쉽사리 정리할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기온에 여유가 없어진 건 옷장뿐이 아니다. 지난겨울 틈에 껴있어서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던 새해가 이제야 실감 나기 시작하며, 계절이 드디어 변하면서 본격적으로 2023년이 시작된다는 걸 깨닫고는 여유를 잃는다. 그리고 야심 차게 다이어리에 눌러쓴 다짐들과 목표들을 되새김질한다.
올해의 항로를 잘 따라가고 있었나 확인해 보면 대부분 경로를 이탈한 경우가 많다. 아직 추운 겨울이니까, 이제 막 봄이니까 시작이지 하는 마음에 제대로 이뤄낸 것이 없다. 한 해의 4분의 1이 지나가 버리고 서야 깨닫는다. 나는 얼마나 이탈해 버린 걸까. 다시 키를 쥐고 똑바로 항해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알림을 울리지 않았다. 낮은 덥고 밤은 추운 사월은 참으로 경황없는 기간이지만 아직 경로를 이탈했다는 경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천천히 경로를 수정할 여유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일교차가 큰 사월에, 아직 겨울의 한기가 미처 떠나가지 못하고 여름의 푸르름이 조금씩 모습을 보일 때 남은 한 해를 안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나침반을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