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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새 Apr 20. 2023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

소설 쓰기 쩜오 걸음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에세이를 많이 쓰던데 왜 소설이냐는 질문에 그럴싸한 대답을 못했다. 그제서야 내가 왜 소설을 쓰고 싶었는지 생각해봤다. 대단히 철학적인 답변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 경이롭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종이와 활자를 가지고 세상에 없는 인물과 사건, 배경이 쫀쫀한 관계를 구축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신비롭다고 느끼는 만큼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도대체 소설가는 어떻게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을까. 독자들의 머릿속에 이런 세상이 그려지도록 어떻게 설계했을까. 각종 논설문, 리포트, 보고서, 제안서, 에세이, 일기, 편지 등 많은 글을 써왔지만 소설이란 건 마치 대뜸 클라리넷을 연주하라는 것처럼 막연한 일이다. 파지법부터 소리를 내는 법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미지의 세계다. 소설쓰기도 자전거, 수영, 악기처럼 초반의 큰 허들을 넘어서 '할 수 있음' 타이틀을 획득하면 시작할 수 있을까?


사실 알 길이 없다. 미리 알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기다린다면 영원히 소설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봤다. 예전부터 내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경험치의 부족일까, 어쩔 수 없는 투영일까 소설을 쓰다보면 점점 내가 드러난다. 김영하 작가님도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쉽다고 하셨으니 이대로 가도 좋을 것 같다.

[대중이 사랑하는 작가 김영하가 말하는 글쓰기와 스토리텔링 기법]중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을 좋아했다. 10대부터 대학생때까지도 영화감독이나 디자이너, 화가, 뮤지션, 작가를 꿈꾸며 살았다. 물론 마케팅을 하고 있는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런 꿈과 그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이야기가 저절로 소설의 소재로 선정됐다. 예술을 동경하며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머물렀을 때 잠깐 썼던 글을 시작으로 나름 시리즈가 갖춰지고 있다.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소설은 유리공예를 전공한 사람의 이야기다. 취재와 구상을 이어가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너무 불태웠을까, 다시 현생에 치여 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기록을 남기며 다시 힘을 내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한다.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렵다면 쩜오라도 걸음을 내딛어 보자.



0.5 step

-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찾자

- 시작이 어려운만큼 쾌감도 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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