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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27. 2023

밴쿠버 여행기

2021 여름휴가 보내기

에드먼튼에 밴쿠버!








캐나다는 세계에서 국토가 두 번째로 넓은 나라이다. 캐나다의 서쪽 끝에 태평양과 접한 위치에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는 록키산맥을 사이에 두고 내가 살고 있는  앨버타(AB)주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워낙에 넓은 국토를 자랑하는 캐나다라서 그런 것인지 캐네디언들은 이곳 AB주의 주도인 에드먼튼에서 BC주의 밴쿠버까지 거리가 1200km가 넘는데도 차를 직접 운전해서 여행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하는 것을 일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1200km!

그 길을 다녀왔다.




연초에 8월 휴가를 계획하면서 주일간 밴프의 캠프 사이트로 미리 예약을 해놓아서 밴프에서의 캠핑을 준비했었는데, 팬데믹도 조금 가라앉는 분위기이고 연방정부에서 정해놓은 지침도 완화되었으니 오빠가 있는 밴쿠버로 휴가를 가는 것은 어떠냐는  둘째의 의견으로 휴가 계획을 수정해서 어렵사리 예약을 했던 밴프의 캠프 사이트를 취소하고 밴쿠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에드먼튼에서 2019년 앨버타 주립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이 결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해 아들이 졸업식을 하기 전에 이런저런 생필품과 살림살이 몇 가지를 차에 싣고 4월에 미리 밴쿠버까지 아들과 단둘이 이삿짐 운반 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아내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년이 넘도록 팬데믹 상황에서 가족과 따로 떨어져 밴쿠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큰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본 적이 없어서 가끔씩 영상통화만 하면서 궁금했었는데, 마침 여름휴가를 핑계 삼아 아들이 사는 도 둘러보고 겸사겸사 여행도 할 겸 해서 온 가족이 밴쿠버에 모일 기회가 생겼다면서 좋아했. 이민 생활 13년 만에 혼자 독립해서 지내는 아들의 집을 찾아가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에드먼튼에서 밴쿠버로 나가는 방법은 항공편과 육로를 이용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는 아들에게 가져다줄 물건도 좀 있고, 자동차로 움직일 경우 아내와 딸이 운전을 나와 번갈아할 수도 있어서 육로를 선택해서 밴쿠버까지 1200km의 장거리인 여행이지만 풍경도 보면서 여유롭게 다녀올 생각으로 기분좋게 시작했다.




Let's hit the road!

8월 1일 일요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아마도 밴쿠버에 도착하면 앨버타와 시차가 한 시간이 있어도 워낙에 먼 거리에 장시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BC주 시간으로 저녁 일곱 시 전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고속도로에 올랐다.

에드먼튼을 외곽으로 둘러싼 Anthony Henday Drive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Edson과 Hinton을 지나 4시간 정도를 달리면 웅장한 록키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Jasper National Park에 도착할 수 있다.

Edson 초입
Athabasca 강

Hinton을 지나 재스퍼 국립공원 게이트를 지나면서부터 풍경은 완전히 다르게 바뀐다. 이번 여행은 원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아내와 둘째가 나누어서 운전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 덕분인지 재스퍼에서 아내가 운전 교대를 해준다고 했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고속도로가 산길로 들어서는 구간이라서 좀 더 살펴볼 생각에 내가 운전을 더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움직였다. 재스퍼에서 주유를 하고 다시 출발하면서 Yellowhead Highway로 올라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길가에 커다란 사슴이 로드킬을 당한 상태로 쓰러져 있다. 고속도로 중간중간 야생동물이 뛰어들 수 있다는 경고 표지판이 서있지만 고속으로 운전을 하던 중에 갑자기 뛰어드는 동물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장거리 운행을 많이 경험해본 사람들은 고속 운전 중에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동물은 급정거를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 급정거로 인해서 뒤따르던 차들과 추돌이 발생하면 더 큰 사고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로드킬을 만나고 산길이라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캠룹스에 가까워진다. 문득 시야가 흐려지길래 운전을 오래 해서 피곤한 탓인가했는데 옆자리에 아내와 뒤에 앉아 있던 둘째가 산불이 나서 연기가 가득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고 보니 차 안으로 나무 타는 냄새가 스며들어온다.

캠룹스 인근의 산길에서 만난 산불연기

벌써 두세 달 이전부터 산불로 화재진압을 하는 것이 뉴스에 자주 보이던 지역이다. 산불의 규모도 크지만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산불이 나는 탓으로 연기가 몇백 km 떨어져 있는 에드먼튼까지 날아오기도 했다.

재스퍼에서 서쪽으로 산길을 뚫고 만들어진 고속도로를 5시간 정도를  달려 Kamloops라는 BC주의 도시에 도착했다. 에드먼튼을 떠난 지 9시간 정도가 지났다.

Kamloops 초입

 Kamloops에서 Western Yellowhead Highway로 다시 4시간 정도를  서쪽으로 움직이면 밴쿠버에 도착할 수 있다.

캠룹스에서 날씨가 구름이 끼면서 흐려지고 비가 조금씩 내린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비가 내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지 않고 운전하면 괜찮다고 9시간이나 운전을 했으니 잠시라도 쉬라는 엄명이 떨어져 조수석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캠룹스를 출발하자마자 밴쿠버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내리면서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앞뒤 차들과 안전한 거리를 두고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에 내가 운전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다가 장시간 운전을 했던 탓으로 어느새 졸음에 빠져 버렸다. 잠깐 졸았나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시간이 두 시간 반이나 지나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면서 혹시나 잠시 눈을 붙인 내가 깰까 봐 음악소리도 줄여 놓고 있었다.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한 아내의 수고에 기운을 낼 수 있었다. 밴쿠버가 2시간 정도 남은 지점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내가 운전석으로 돌아가 힘차게 시동을 걸고 가던 길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밴쿠버가 가까워질수록 도로 위에 차량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Chilliwack을 지나고 Abbotsford에 못미처서 고속도로가 붐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도로 가운데 완전히 멈춰 서버렸다. 잠시 고민을 하는데 내비게이션의 듬직한 청년 목소리가 다른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들이 멈춘 곳에서 멀지 않은 출구에서 회전해서 국도를 따라가다 보니 국도 주변의 시골 농장을 지나고 블루베리와 체리를 키우는 과수원을 지나고 몇 개의 와이너리를 지났다. 밴쿠버 동쪽 아보츠포드라는 지역의 공항을 지나는 시골길이 곧게 쭉 뻗어 있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밴쿠버 국제공항 옆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99번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잘 활용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시골 국도를 따라가던중 보인 아보츠포드 공항

1200km는 물론 먼 거리이지만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지역을 지나면서 주변 풍경도 둘러보며 쉬엄쉬엄 여행하는 재미도 그리 나쁘지만은 . 


여름이라서 해가 긴 덕분에 열 세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한 밴쿠버는 아직도 밝은 시간이었다. 아들이 지내는 원룸에 도착하니 몇십층짜리 건물이 우뚝 서있다. Sky Train 전철이 다니는 마린드라이브 전철역에 붙어 있는 주상복합 건물이 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3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서있는 곳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가 그동안 에드먼튼의 시골스러운 분위기에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다. 일층에는 식당 여러곳과 은행들, 시네플렉스 극장 그리고 식료품을 살 수 있는 T&T라는 중국마트와 여러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어 젊은 사람들이 지내는 것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마린 게이트웨이 쇼핑몰

7층에 위치해 있는 아들의 집에 들어서니 작은 침실과 욕조가 딸린 화장실 그리고 거실과 주방이 단촐하게 붙어 있다. 아들은 직장이 밴쿠버 시내 중심의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어 자동차를 구입해 다니는 것보다 전철역과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정해 출퇴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파트 렌트비는 비싸지만 본인 연봉에 몇퍼센트를 차지하는지 한도를 정해 놓고 찾은 곳이라며 나름대로 재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대견했다.

큰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밴쿠버에 직장을 구해서 2년전에 대도시로 나와 따로 생활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앨버타주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대도시에서의 생활이 더 많은 문화생활과 의료혜택을 받을 수가 있으니 나와 아내에게 에드먼튼에서 지내는 것보다 밴쿠버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아들의 생각이 조금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대학에 다니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키우고 있는 둘째의 입장은 이런 도시의 생활이 부럽기도 하지만 에드먼튼에서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두아이는 성격도 생활방식도 다른 것처럼 거주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들이 저녁식사로 준비해놓은 된장찌개와 아내가 집에서 만들어 온 밑반찬으로 밥상을 차려 저녁밥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네식구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본 글을 쓴 것은 2021년 8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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