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첫째 공휴일 Family Day(2월의 셋째 주 월요일)라서 에드먼튼에서 가장 가깝고평평한 들판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공원으로오랜만에 야외 나들이를 다녀왔다.보통 캐나다에 국립공원이라고 말하면 높은 산봉우리에 옥색 물빛을 자랑하는 호수를 상상하겠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Elk Island National Park은 몇 개의 호수와 평평한 들판에 바이슨(Bison)이라 불리는 야생들소가 떼를 지어 단체로 옮겨 다니며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냥 밋밋한 그런 재미가 있는 곳이다.
파란 잔디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던 여름에 카누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면서 뱃놀이를 하던 이곳 Elk Island에 바람도 쐴 겸해서 영하의 날씨임에도 다시 찾아왔다.
영하 15도라면 햇볕이 좀 있고 바람만 좀 잠잠하다면 산책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날씨라서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움직이기로아내와 의견을 맞추고 나선 길이었다.
Elk Island는 에드먼튼에서 동쪽으로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국립공원으로 큰 호수들이 여러 개가 넓게 퍼져 있고 습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이다.
Elk Island의 대표 격인 호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Astotin Lake인데, 이곳은 여름에 에드먼튼시에서 호숫가에 렌털샵을 열고 카누와 카약을 대여해 주고, 시민들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공원 내에 군데군데 Shelter와 Fire pit이 있고 피크닉 테이블, 식수대, 어린이 놀이터 그리고 화장실과 간이 샤워대가 있어 물놀이 후에는 간단하게 씻을 수도있다. 가족단위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야외에서 바비큐도 즐길 수 있도록 장작도 제공하고 있다.
퇴근후에 가족과 함께 찾았던 Astotin Lake (2015년 7월)
몇 해 전에 내가 가족과 함께 여름을 즐기는 방법으로 카누에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빠른 속도로 호수를 누비고 다니는 짜릿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물론 고속으로 달리는 대형 모터보트와는 비교조차도 안되지만), 이후로도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밴프나 재스퍼를 다녀온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항상 이곳에 와서 카누로 뱃놀이를 하던 추억이있는 곳이기도 하다.아이들과 어울려서 함께 카약을 즐길 때에는 무거운 줄도 모르고 차에 이고 다녔던 카누를 큰아이가 대학 졸업 후에 밴쿠버로 직장을 구해서 분가하고 둘째도 대학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던 팬데믹 직전에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판매를 하고 나서는 엘크아일랜드를 자주 가지 않아서 한동안 네시간이상 운전해서 도착하는 밴프와 재스퍼국립공원을 더 자주 찾았던 것 같다.
Astotin Lake에는 National Park캠핑장도 운영을 하고 있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여름철에는 언제든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장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골프장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한몫을 하고 있다.
영하 15도가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라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차에서 내려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얼음호수로 첫발을 내디뎌 본다.
아 춥다!
그래도 여기까지 나왔으니 호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걷다 보니 체온이 조금 올라간다. 얼음 위로 눈이 쌓여 있는데 사람들이 걸었던 발자국들이 이어져서 작은 길이 나있다. 멀리서 길을 따라가지 않고 혼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호수가 넓게 펼쳐져 있는 이곳을 물놀이만 해봤는데, 얼음 위로 걷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여름에 카누를 타고 호수 가운데에 있는 섬으로 들어와서 섬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슴을 만난 적이 있는데, 물 한가운데 있는 섬을 지금은 직접 걸어서 들어간다는 것이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섬을 돌아 나와서 호숫가로 나오면 보트나 카누를 내리고 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선착장옆에 네모난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서 몇 사람이 아이스하키와 스케이팅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주인을 따라 뛰어다니면서 미끄러지기를 즐기는 반려견이 우리에게 웃음을 만들어 준다.
아내와 나는 호숫가에서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이제 막 도착한 한가족이 호수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셋이다. 맨뒤에 막내로 보이는 아이는 아빠가 눈썰매에 태워서 끌고 가는데 양볼이 빨갛게 보이는 것이 왠지 아이의 엉덩이가 차가워 보인다. ^^
주차장에는 일부가 빠져나가고, 또 새로운 방문객들이 계속해서 차를 몰고 들어온다.
아내와 함께 차 안으로 들어와서 미리 준비해 놓은 커피를 한잔씩 나누어 마시는데 기분이 참 좋다.
주차장 옆에 언덕에는 눈썰매를 가져와서 쉴 틈 없이 깔깔대며 아이들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이풍경과 이 시간이 참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먹을 것을 찾아서 겨울 들판을 어슬렁거리는 바이슨(Bison)도 몇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두 해 전에 이곳에서 40 ~50마리 정도의 바이슨 무리를 본 적이 있는데, 무리를 벗어난 바이슨 몇 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인듯하다. 이곳 캐나다인들은 영하 15도의 날씨는 그렇게 춥다고 하지 않지만, 들판의 동물들이 눈밭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서 날씨가 풀려서 꽁꽁 언 땅을 헤치고 새순들이 올라와 바이슨들이 마음 놓고 먹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