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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리링 Dec 26. 2023

인생에서 항수와 변수를 구분하는 일

내가 바꿀 수 있는 일,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다면 

 매주 월요일은 우리팀 회의가 있는 날이다. 작은 한국회사의 마케터인 나는 베트남 사람 2명과 같은 마케팅팀으로 일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 처리되지 못한 일들과 이번주에 진행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논의를 한다. 회의가 잘 진행되는가 싶다가도, 나는 가끔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한국인, 그들은 베트남인. 베트남 현지 관련 업무는 그들이 하고, 한국 본사 관련 업무는 내가 담당해서 한다.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은, 베트남 현지 업무 관련해서 내가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날에는 항상 자괴감이 들곤 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베트남어 포스팅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

 베트남어도 초급 수준이면서, 내가 어떻게 베트남 시장의 마케터를 한다고 여기를 왔을까? 그런 생각에 괴로워할 때 읽게 된 어떤 책의 문장이 있다. ‘인생의 항수와 변수를 구분하라’는 말이었다. 인생에는 내가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고정된 값 항수가 있고,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값, 변수가 있다. 인생은 이걸 나누고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본 나는 적어보았다. 이 나라에서, 이 회사에서 나의 항수와 변수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의 항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외국인인 나는 베트남 시장에서 베트남인 마케터보다 더 깊은 인사이트를 가질 수 없다.

-      베트남어 초급인 나는 나는 베트남 고객 대상의 후킹용 문구, 포스팅을 만들 수 없다.


 베트남에서의 변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국적 상관없이 공통되는 마케터의 역량을 기른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획 등)

-      한국에서 성공한 reference, 마케팅 캠페인을 스터디하여 베트남 시장에 적용한다.

-      비즈니스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여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향상시킨다.  


 내가 적은 것 외에도 변수로 받아들인 것보다, 항수로 받아들인 것이 훨씬 많다. 베트남 사람들의 일처리 속도는 한국만큼 빠르지 않다는 항수를 알기에, 그만큼의 넉넉한 데드라인을 두고 프로젝트의 타임라인을 짜게 된 것도 그러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내 해외생활의 첫번째 교훈이었다.

요새 공부하고 있는 Google Analytics.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규 캠페인을 기획한다


 1년 전의 나는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했었다. 70%가 생산가능인구인 젊은 나라 베트남이기에 여기 MZ세대들을 관통하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수와 변수를 구분하게 된 지금의 나는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홈페이지, 어플을 이용하는 유저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필요한 마케팅의 한 부분이다. 나는 베트남어 포스팅을 만들지는 못해도, 데이터를 보고 신규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안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마케터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다.


 해외살이 2년차, 이제 어느정도 항수와 변수를 구분해오면서 살고 있다. 해외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에, 어떠한 상황이 다시 나에게 찾아와 내가 자괴감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 자신을 믿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에는 열정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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