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의 호텔 캘리포니아(?)

베트남 푸꾸옥 여행 2. 해상 케이블카 & 혼똔섬(hon thom)

by 진미

선베드에 누워 음악을 듣다, 책을 보다가 너무 더워서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니 싸늘해져서 따뜻한 욕조에 들어갔다. 헹구고 나와서 다시 선베드에 누워서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일어나서 물을 마시곤 그네에 누워 있다가 해변으로 걸어 나갔다. 한참을 모래사장에 앉아지는 해를 바라봤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잤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그러려고 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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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치도록 일하고 온 그에게 필요한 휴식이었고 나에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다. 하루가 그렇게 가고 우리는 다음날 쨍한 햇볕을 가르며 밖으로 나왔다.

푸꾸옥에서 갈 만한 곳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동네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집들이 모여져 있는 곳을 낮에 다니기란 너무나도 잔인한 햇볕이었다. 푸꾸옥에는 세계에서 제일 긴 해상 케이블카가 있다고 하니 오늘은 잔인한 햇볕이더라도 밖에 나가보자는 심산으로 길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쯔엉동 시내의 셔틀버스 정차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쯔엉동 시내에 위치한 갤럭시아 호텔 앞에서 출발한다는 버스는 따로 정류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꾸 말도 통하지 않는 택시기사에게 버스 정류장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몰랐고 영어도 되지 않아 누군가에게 자꾸 전화를 걸어 물어봤지만 통화한 사람 역시 정류장을 알지 못했다. 버스 탑승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에 호텔 앞에서 기다리지는 나와 끝까지 기사를 붙들고 정류장의 위치를 알아내겠다는 그. 도저히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채로 나는 땡볕에 서 있었다. 그냥 리조트에 있을 걸 그랬나 보다.


사실 내 생각은 그러했다. 정규 버스가 아니었다. 이 섬에는 섬 자체에서 운영하는 버스란 교통수단은 없기 때문에 정류장 표시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 버스 도착 시간까지 호텔 앞 그늘에서 기다리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료인 케이블카 버스를 놔두고 그 먼 거리를 택시를 탈 이유는 없었다.

결국 그는 기사와 통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나눈 채로 내게로 와서는 그냥 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다. 꽤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것 같았고 땡볕 밑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화만 끓이던 나는 그래,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에 올라탔다.

이미 하루 사이에 푸꾸옥 도로의 사정은 익숙해졌고 첫날의 두려움은 없었다. 도로 양 옆으로 지나가는 떼 지은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가는 택시가 울리는 클락션 소리는 비켜라와 우리 지나간다를 알리는 경적일 뿐이었다. 그러니 안전하게 갈 수 있다. 과속을 하는 차량이 없었는 걸 보고 알았다.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케이블카를 타고 나가는 길에 5분 전에만 연락 주면 다시 태우러 오겠노라 했다. 그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달려 남쪽에 도착한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들어갔다. 음료 반입이 안 돼서 급하게 목을 축인 뒤 길고 긴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넓은 케이블카에 우리와 5-6명의 일행이 함께 탔다. 에어컨이 설치될 수 없는 특성상 더울 줄 알았지만 바다 위를 날아가는 케이블카의 여러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해상 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지나 무인섬을 두 군데 지나서 현재 공사 중인 혼똔(HON THOM)섬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자마자 펼쳐지는 타이만은 에메랄드 빛과 푸른빛이 고르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초입에 푸꾸옥에서 유명한 멸치잡이 배들이 갤러리를 보듯 펼쳐져 있다. 푸꾸옥은 '느억맘'이라는 생선소스가 유명하다. 멸치액젓보다는 덜 짜고 덜 단 생선소스를 만드는 곳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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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지만 나름의 질서를 가진 듯한 배들의 위를 지나고 나면 높은 탑을 대여섯 개 정도 지나게 된다. 넓고 넓게 펼쳐진 타이만 위를 한없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사진을 찍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우리는 불현듯 한 곡의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hotel california. eagies의 목소리가 아닌 낯선 여자의 목소리로 25분간의 케이블카 안은 흡사 동남아가 아니라 캘리포니아 어디쯤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일까. 하며 아쉬워했다. 좋은 노래이지만 원곡도 아닌 다른 톤의 음악으로 반복적으로 들은 그 지루함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평선만을 바라보게 했다. 다행히도 이 곳까지 오는 동안의 피로감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혼똔섬(hon thom)에 내린 우리는 햇볕을 피할 곳을 찾아야 했다. 너무 대낮에 이렇게 땡볕 한가운데를 온 낯섦 때문인지 물을 연거푸 마시게 되고 그러니 자연스레 건물 화장실을 찾고, 그나마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카트를 타고 근처 해변에 가게 되는데 bai trao의 해변을 보자마자 아, 이래서 캘리포니아 노래가 나온 건가? 싶었다.

사실 나는 캘리포니아를 가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높은 야자수 사이로 잘 다듬어진 잔디와 백사장, 맑은 물을 보니 불현듯 그렇게 생각되었다. 어쩌면 캘리포니아 일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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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근처 음식점과 편의점이 있는 곳에서 반가운 한국말로 씌여진 딸기맛 메로나를 하나 먹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덥기도 더웠고, 아직 혼똔섬은 그 해변 이외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케이블카 매표소로 돌아와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결국 그 택시기사를 불러 숙소까지 갔다. 아마 우리가 그에게 하루 종일 가장 큰 금액의 손님이자 호구로 보였으리라. 그와 인연이 이것으로 그 날 하루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면서.








해상 케이블카 무료 셔틀버스 이용 가능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운행 안 함

해변을 즐기고자 한다면 수영복 등 비치 물품 챙겨가기

최대한 오전 시간에 이동해 혼똔섬에 도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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