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은 분실물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오래토록 생각난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말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이다. 모두가 자신을 힐난하고, 싫어하고, 미워하는데 매일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말이다.
분실물 센터에서 일하다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을게다. 자신의 물건이 아닌데 내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1-2년이 넘도록 찾아가지 않는 물건으로 쌓여가는 센터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매일 창고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보람 때문에 지속할 수 있다고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 단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의 8시간을 지탱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아닐까?
실체도 없고 가격으로 측정할 수 없는 말이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 한다. 애초에 말이라는 것이 마음에서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그러하리라. 그래서 문득 이 세상에 떠도는 말들의 주인을 찾고 싶어졌다.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는 말, 누군가를 슬며시 할퀴고 지나가는 말,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흩어진 말들까지 어딘가에 주인을 찾고 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이 세상에 나타나서 사람의 마음에 붙었다가 떨어지며 갈 길을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소중하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말의 반대색을 가질수록 더 쉽게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할테니.
한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서 상대방에게 이르지 못하고 그만 낙오되어 비린 모든 말들의 주인을 찾는다. 처음부터 이 알림은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할지 모른다.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라 원래의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굳이 산산이 흩어진 말들의 주인을 찾고 싶은 이유는 그 말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듣고 싶어서이다.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와,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몰랐을 그 모든 말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가 듣고 싶어졌다.
너의 모습이 한 때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라고, 아주 깊은 곳이든 얕은 곳이든 마음 안에서 보듬어졌던 모양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람의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야박하고 차디찬 곳이기도 해서 본래의 모습으로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마음이라는 너의 집에서 출발하다가 그만 감정의 올무에 걸려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말들이 누군가의 마음이었을 때의 온기를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주인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