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arus Jan 02.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1

D-12

Dear J,


오늘은 2022년 1월 1일이란다.

네가 태어날 해야.


2021년 말에 엄마아빠는 굉장히 조마조마했어.

괜한 욕심이긴 하겠지만, 우리는 네가 1월달에 태어나길 바랐거든.


엄마아빠가 작아서 - 안그래도 네 체구가 작을텐데 유치원이나 초중고 생활 할 때 네가 같은 학급 친구들보다 너무 작아 힘들어질까봐 걱정했었어.


게다가 12월은 워낙 크리스마스며 새해며 행사가 많으니 그 시기에 태어나면 생일파티에 사람들 초대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생일을 제대로 축하받지 못하는 건 네게 속상한 일일테니 그것도 걱정됐단다. 사실 엄마가 어릴때 생일파티를 제대로 못 보낸적이 많아서 어릴때 많이 속상했었거든.


다행히 엄마아빠 바람대로 2021년을 넘기고 2022년에 널 만날 수 있게되어서 너무 기뻐.


이제 정말 널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걸 느껴. 조금쯤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는마음이 훨씬 더 크단다. 엄마 아빠는 꽤 오랫동안 널 기다려왔거든.


특히나 네 아빠는 우리가 연인이 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아이타령을 했으니, 네가 오기를 10년이나 기다린 셈이야.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소중하고 기대도 큰것같아.


네 작은 입과 코, 손가락과 발가락 하나하나를 만지고 쓰다듬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 한켠이 뭉클해져.


네가 내 삶에 스미는 순간들은 얼마나 멋질까. 엄마는 네가 무서워 할때마다 안심할 수 있도록 너를 따듯하게 안아줄거고,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줄거야. 그리고 네가 좋아한다면 책도 많이 읽어주고싶어. 네 아빠는 너와함께 운동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나있단다.


해주고 싶은건 많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면 안된다고 생각하긴 해. 엄마는 네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길 바라거든. 지나친 과보호보다는 적당한 관심과 보살핌, 그리고 응원이 필요할거라 생각해.


아무래도 엄마가 자라온 한국 문화권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하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져왔고, 엄마도 어느정도는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 어쩔수없이 네 삶을 좌지우지하려 들게 될지도 몰라. 경계하고 또 경계 해야겠지.


엄마가 또 우려되는 부분은, 역설적이지만 지나치게 풍족한 환경이 독이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어.


엄마는 네가 타인을 이해할 줄 아는 따듯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으니까.


원하는 것들을 쉽게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그렇지 않은 다른 친구들을 이해못하는 아이로 자라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단다. 이런것들은 아무래도 네가 점점 자라면서 나중에 걱정해야할 부분이긴 하겠지만 말이야.


네가 처음 만나게 될 세상은 아마 무척 혼란스러울거야. 따듯하고 조용한 엄마 뱃속에 있다가 다양한 소리와 빛과 냄새들이 섞여있는 이상한 세상으로 내쳐진 무서운 느낌이 들수도 있을 것 같아.


네가 경험하는 세상이 너무 무섭지 않도록, 네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너를 보살필거야. 그렇지만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니까, 네가 보내는 신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어. 네가 울고 보채는 이유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걱정하게 되는 일이 많을거야.  


게다가 너의 신체 리듬과 엄마의 신체리듬이 다르기때문에, 네 리듬에 엄마를 맞추다보면 육체적으로 피로하고 힘들어질테지. 어쩌면 가끔은 네가 미워질지도 몰라.


그런 다양한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거란다. 엄마는 아빠를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있지만, 가끔은 섭섭하기도하고 밉기도 하거든.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일텐데, 그런 속상한 마음들이 생긴다고 해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미운 마음이 들 수 있는 것 처럼, 엄마아빠는 너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 할테지만 - 가끔씩 네가 밉고 속상한 감정이 들 때도 있을거야. 그럼에도 마음 속 깊이 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거라는 걸 네가 알아주길 바라.




어떤 엄마들은 아기를 낳고나니 인류애가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고 하더라. 엄마는 있지, 네가 뱃속에서 꼬물거릴 때 부터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갑자기 너무나 천사같이 예뻐보이고, 작은 생명들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게 여겨졌거든.


이전에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이 생겨버렸어. 다른 아가들이 베시시 웃을때마다, 네가 웃는 모습을 상상하고, 다른 아가들의 볼딱지를 볼때마다, 네 볼은 얼마나 통통하고 귀여울지를 생각해. 그러면 세상의 모든 아가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보이는거야.


이런게 모성애라는 걸까? 조금쯤 호르몬의 농간같긴 하지만, 그런 감정이 저절로 생겨버리는걸.


그래서 그런지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들 소식을 들으면 너무 가슴이 아파져.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 아이들인데 고통에 처해있는 걸 보게될 때 너무 속상해. 그래서 엄마가 된 뒤에 인류애가 저절로 생긴다는 말을 하게 되나보아.


또 어떤이는 -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태어난 아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런 사랑스러운 존재를 태어나게한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다고 하더라.


엄마도 네가 세상에 태어나고나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 것 같아. 너는 네 존재만으로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만들거고, 그건 네가 엄마에게 주는 아주 멋진 선물이 될거야.


너를 만날 날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태어나는 그 순간은, 엄마의 삶에 있어서 아마 가장 반짝이는 순간들 중 하나가 되겠지.

널 만날 날을 정말이지 손꼽아 기다리고있어.


D-12.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을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을게.곧 만나자, 아가야!


2022.01.01

With love,

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