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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금비씨 Sep 21. 2024

되는 일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경리직원 이야기 2-1편

마음이 좀 편해지면 옛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써 보려고 했는데, 애들은 돌아가면서

계속 아프고, 장롱면허에 뚜벅이 신세인 나는

애들 병원 때문에 하루동안 택시만 4번을

타는 일도 허다하다. 오늘도 딱 그랬다.


지겹다 지겨워. 이런 식이면 마음 편한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듯하여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를 한다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인데,

매일 꾸준히 글을 써서 발행하시는 작가님들

너무너무 대단하세요~~!!






4. 네 번째 흔적-경리직원

(2-1번째 이야기-잡다한 거 다 하는 회사)


갑자기 난 백조가 되었고, 때마침 법무사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생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다

하여 그 길로 곧바로 면접을 보러 갔다.


동생의 추천도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들이 꽤 쓸모가 있는 것들이어서

바로 출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여자과장이라는 사람도 그렇고,

그 밑에 여자대리라는 사람도 그렇고,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한 명이 일방적으로 혼을 내면서 쏟아부으면

다른 한 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이 이상한 분위기의 실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매일 볼 수 있었다. 여자대리는 내 사수였는데,

이런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경력 대비

아는 게 없어서 매일 같이 혼나는 게

그냥 일상이었다. 이런 사람을 사수로 둔

나는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다.






자격증 따려고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실전은 또 다르니 믿고 따를 수 있는

사수가 나에겐 필요했는데, 현실은 매일 같이 혼나고 주눅 들어 있는 사람이라 마음 한편이

뭔가 짠했다. 거기다 이제 막 자격증 따고

실전업무를 접하는 나보다 아는 게 없다 보니

배울 것도 없었고, 의지 또한 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 하는 지적질이라는 게

4대 보험 명세서를 붙이는 위치? 같은 거여서

이게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도

그래 그냥 하라는 대로 해주자 싶어서

붙이라는 위치에 매 번 붙여두곤 했었다.


수치상의 오류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지만, 사수가 한 번 해보고

넘겨준다고 했던 일들은 매 번 오류투성인

상태로 나에게 넘어와, 검토부터 수정까지

내가 해야만 하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경력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일을 하게 된

내가 사수의 업무를 검토, 수정해야 한다니...

여기 진짜 괜찮은 건가 싶었다.






그 와중에 이거 저거 하는 많은 계열사를 둔

덕분에 나와 동생을 포함한 세 명이 전혀

일관성이 없는 회사를 무작위로 나눠가져

경리, 총무 및 잡다한 일들까지 처리해야만

했는데 내가 맡은 곳은 온라인 판매업, 숙박업, 임대업, 오프라인판매업이었다.


온라인 판매업은 거의 망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재고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는

건지 답이 안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시간 잡아먹는 데는 선수였다.


숙박업은 적당한 규모의 리조트로

고객이 아주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아서

꾸준한 매출이 있었는데, 식음료파트와

객실파트로 나뉘어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보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식자재 및 비품, 직원복지 등의 업무 등으로 신경 쓸 게 많은 곳이었다.


임대업은 여성전용 오피스텔 관리하는 업무였다. 대학교 근처에 위치하다 보니 지방에서 올라오는 여학생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빈 방이 없을 정도였는데, 관리하시는 분도 항상 상주해 계시고 보안이 철저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 중 제일 까다로운 일이었는데 전기, 수도, 가스사용량 체크부터 시작해서 엑셀파일에 관리비고지서 작성, 인테리어 및 각종 민원

처리업무 및 계약서 작성, 계약 만료 시 시설비품점검, 보증금 반환 업무까지.....

죄지은 게 없어도 계약 만료 시에는 죄인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판매업은 온라인 판매업과 동일한데

회사건물 1층에 위치한 매장을 관리하는

업무였다.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이곳 매장 또한 매출이 많이

나오는 곳은 아니지만,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으니 내가 해야 할 업무는 꾸준히 있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뜬금없는 계열사

배정이었는데, 여성오피스텔 관리업무가

제일 힘들고 어려웠다. 계약만료일엔

억 단위의 보증금 반환 문제로 세입자

부모님들 전화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고, 빨리 돈 안 보내준다고 욕먹는 건 덤이고, '죄송합니다. 빨리 처리해 드릴게요' 하며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보증금 입금만을 기다리며  동동 거리는 것도 모두 내 차지였다. 


여기서는 대표님을 회장님이라고 불렀는데, 과장님도 회장님이 보증금을 입금해 줘야 나에게 입금이 가능한 터라 그냥 잠자코 기다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보증금 반환업무가 끝나야 퇴근이 가능한데,

 업무야 말로 너무 대중없어서 퇴근 후의 약속 같은 건 아예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나를 이 회사에 추천해 준

동생의 업무도 만만치 않게 많았는데,

나도, 동생도, 왜 이 많은 업무들을 퇴근도

못해가면서 끌어안고 있었던 건지.....


가만히 있으면 그냥 가마니로 안다는 말이
아주 딱 맞다!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하는 거, 말은 정말 좋은데..
내 영혼을  갉아먹으면서까지 하지는 말자.
(한 번도 내가 해보지 못했던 거라 지금도 장담은 못하겠지만)






이 이야기가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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