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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금비씨 Apr 02. 2024

되는 일이 없었다.

일이 그냥 재미있으면 된 건가? 1편

두 개의 다른 주제로 한 편 정도만 써 놓고

대략적인 목차를 나열해 새벽감성으로다가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분명 심사도 받아야 하며, 여러 번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글들을 여럿 봐서

정말 한 번에 될 줄 몰랐다.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누가 보든 안보든 간에 발행을 하려면

글을 계속 꾸준히 써야 하는데,

이제 둥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지난 터라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

에너지가 바닥난 듯하다.

애들 재우고 나면 같이 뻗는 게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다.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발행했는데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뭘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끝이 나버린

내 첫 사회생활을 뒤로한 채 또 한 번의 고민이 있었다. 도대체 난 무얼 해야 하는 것이며,

뭘 잘할 수 있는 걸까?


뭐든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는 성격이긴

한데, 나의 장점을 살려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긴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공부하느라 계속 앉아있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너무 싫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2. 두 째 흔적-바리스타(첫 번째 이야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프랜차이즈

직영매장 바리스타는 본사에 직접 가서

면접을 봤었다. 집에서 꽤 먼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왕복으로 다녀왔다. 


면접이 끝난 후 따로 합격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나는 청계천에 위치한 3층짜리

매장으로 배정받았다. 집에서 출퇴근하기에 가까운 위치는 아니었지만 광화문까지

가는 버스는 많기도 하고, 자주 다녀서

그나마 다닐만했다.


내가 근무하게 된 곳은 허니버터브래드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회사밀집지역에

위치해 있어 점심시간에  엄청 바쁜

매장이었다. 일찍 오픈함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까지 영업하다 보니 보신각 

타종행사가 끝나면 밀려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정신없었다.






한참 전의 일이지만 첫 출근 했을 때의

뻘쭘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어딜 가나 첫 출근은 두렵기도 하고

뻘쭘함이 공존하기 마련이긴 하다.


어딘지 모르게 깐깐해 보이는 여자 점장님

나이대가 비슷한 건지 서로 반말을 하는

여자 바리스타님, 남자 바리스타님

그리고 아르바이트생들과 나...

(바리스타님이라고 엄청 깍듯하게 불렀던

 기억이 난다.)


본사에서 면접보고 처음 들어간 매장이

청계천 지점이다 보니 다들 너무 바빠서

신입을 여유롭게 가르쳐준다거나

배려해 줄 만한 시간이 전혀 없었다.


테이블 정리 및 청소, 설거지 등을 시작으로

처음 배운 건 브래드에 생크림을 예쁘게

올리는 일이었다. 그 모양이 꼭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는데, 군기를 잡고 싶었던 건지..

텃세를 부리고 싶었던 건지... 생크림 올리는

가지고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저 두 남녀 바리스타님에게....;;(점장님도

오케이 했던 모양이었는데 저 두 분에게는

계속 혼나기만 했다.)






매장에 출근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처음 계셨던 점장님은 본사 메뉴개발팀으로

가시게 되셨고, 그렇게 다음 점장님이

새로 매장으로 오시게 됐는데, 손도 빠르고

목소리도 크신 여자 점장님이셨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두 점장님이 라인이

다르기도 하고 서로 사이가 엄청 안 좋다 했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고,

일머리가 없는 편은 아니다 보니 금방 일에

적응했고, 점장님과 둘이서 점심 러시를

책임질 만큼 손발이 척척 맞아 많은 예쁨을

받았다.






참고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본사로 직접 가서 시험을

봐야만 했다. 레시피 등의 필기시험과 

시간 내에 브래드, 샌드위치, 음료 2잔?

(조금 오래되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

  제대로 만들어야 하며 시험결과에 따라

바리스타로 진급을 하게 된다.


하필이면 시험 감독관이 첫 점장님이셨다.

처음 근무할 때 점장님 포함해서 두 남녀

바리스타님의 시도 때도 없는 사소한

갈굼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어가지고,

새로 오신 점장님과 함께 능수능란하게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장에서

첫 점장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긴장

몰려왔다. 그래도 바쁜 매장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수월하게 바리스타로 진급했다.






내가 청계천점에서 가장 많이 했던 근무는

오픈이었다. 이른 시간에 매장을 오픈해야

해서 매일 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오픈업무는 브래드에 마가린을

바르는 일부터 시작해서, 샌드위치 재료 준비

및 재료 소분, 홀 청소 및 포스기 정리 및

잔돈 준비, 커피 머신 체크 및 원두 굵기 조절

등의 모든 일을 해야 한다. 하도 오래 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그냥 아무 생각 안 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점장님을 필두로 일하는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서로의 생일을 챙겨준다던가

휴무날에도 일을 도와주러 온다던가

돈을 모아 마감 후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 등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너무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일을 할 때도 아빠의 반대가 심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서..

(기분 나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절대

이 일을 비하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로 인해 본인이 힘들게 고생하셨던 걸 저의 번듯한 직업으로 위안 삼고 자랑하시고

싶으셨을 텐데, 아빠가 에는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너무 바쁘게 일만

하다 보니 결국엔 여기저기 몸에 무리가 왔다.

바쁘면 끼니를 챙기는 것도 힘들어 음료

한 잔으로 대신하는 일이 많다 보니 더 그랬다.


그래서 점장님께 그만두고 싶다 하니 휴가를

다녀오는 게 어떻냐고 하시면서 여러 번

설득하셨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듯하여

그만두는 걸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점장님의 설득 끝에도 해결이 되지 않자

본사에서 담당 슈퍼바이저님까지 매장에

오셔서 상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난 그렇게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매장으로 배정받아 출근을 앞두게 되었다.






지난날의 일들을 더듬어가면서 쓰다 보니

좋았던 기억과 안 좋았던 기억이 공존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군데 매장에서

근무한 게 아니다 보니 한 편으로 끝낼 수가

없어 총 세 편으로 나눠서 바리스타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일이 그냥 재미있으면 된 건가? 2편은

집 근처 매장으로 옮긴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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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pfldid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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