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과 솥뚜껑 삼겹살 편
비가 온다. 오다 안 오다 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판넬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시원하다가도 문틈으로 들이치는 빗물에 꿉꿉함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날에는 기름진 지짐이에 막걸리 한잔이 절로 생각난다고 한다. 나는 술을 단 1도 마시지 못하는데 왜 이런 말에는 격한 공감이 되는 걸까? 아마 막걸리 대신 더 강력한 조력자 콜라가 있기 때문일 듯싶다. 바삭 짭조름한 김치전에 달콤함이 톡 쏘는 콜라의 조합은 내가 애정 하는 짝꿍이다.
코로나 이후 내가 하는 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이직에 대한 고민에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는데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일하다 말고 주방으로 달려왔다. 이런 날에 김치전을 안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1) 묵은지를 1/4포기를 꺼내어 볼에 담고 가위로 김치를 잘게 잘게 썰어준다. 새콤하면서도 콤콤한 냄새가 입안 가득 침을 고이게 만든다. 2) 계란 한 개와 부침가루 혹은 밀가루를 넉넉하게 넣어준 후 차가운 얼음물을 조심씩 첨가해주며 잘 섞어준다. 이때 포인트는 걸죽한 질감을 찾는 것이다. 너무 묽으면 김치전이 아니라 김치 튀김이 되어버리며 너무 되직하면 빵과 같은 식감이 난다. 끈적한고 질척한 느낌을 찾아야 한다.
3) 팬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주고(팬 바닥 절반 이상 기름이 퍼질 정도) 대파 쫑쫑 썰어놓은 것을 넣고 볶아준다. 부침 종류 나 구이 종류에 파 기름은 소고기 다시다 같은 존재감을 가진다. 특히 대파와 가열된 기름을 만났을 때 뿜어져 나오는 파 기름 향기는 샤넬 no.5 보다 100배는 더 사람을 매료시킨다. 사람의 모든 후각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적인 향기다. 4) 팬을 살살 돌려주며 김치전 중앙으로 기름이 스며 들어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최대한 골고루 바삭함이 느껴져야 더욱 맛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정성이 쌓여 더 맛있는 김치전이 완성된다.
이렇게 바삭하고 고소한 김치전을 먹으며 일거리 없는 오후를 달래 본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김치전의 도움으로 내 근심도 잠시 씻겨내려 본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역시 샤워다. 20대, 30대까지만 해도 늦봄부터 늦가을까지는 무조건 차디찬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 나도 모르는 언제부터인가 일 년 내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다. 따뜻한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따뜻한 기운에 오늘 하루의 피곤도 녹여내 본다. 육체적인 피로는 따뜻한 샤워로 풀지만 막막한 심정은 무엇으로 풀까? 가장 쉬운 방법은 맛있는 저녁밥 한 끼로 오늘 걱정을 내일로 미루어 두는 것이다. 비록 해결책은 아니지만 "오늘 저녁 잘 먹었다. 좋다!" 이 한마디면 일단 오늘 저녁은 행복하다. 오전 오후에 비도 내렸고 해서 오늘 저녁 메뉴는 솥뚜껑 삼겹살로 정했다.
1) 무쇠로 된 그리들 혹은 솥뚜껑을 준비해서 예열 하자. 무쇠 팬에 고기를 굽게 되면 불판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맛있는 소리에 절로 즐거워지는 게 느껴질 것이다. 음식은 눈으로 코로 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으로 먹는다. 그래서 플레이팅이 중요하고 바로 나온 따뜻한 음식의 향이 음식을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들어주며 구워지는 고기 소리에 행복해진다. 테이블 위에서 고기를 구워가며 먹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양식 요리에 몇 없는 맛있는 소리와 함께 식사를 즐기기에 더욱 맛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지글지글 쏴아 아아 치이익 꼬올 깍"
고기를 맛있게 굽는 3가지 비결은 첫째 팬을 예열해서 굽는다. 둘째 고기의 겉면에 물끼를 키친타월로 잘 닦아준다. 셋째 갈색빛 맛있는 색이 나올 때까지 타지 않게 여러 번 잘 뒤집어 준다. 이 세가지만 지켜서 고기를 굽는다면 어디 가서 도 "고기 잘 굽느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고기는 잘 굽는 만큼 일이 잘되어준다면 정말 바랄 것이 없을 텐데 아쉽다.
삼겹살의 환상의 짝꿍 새콤 달콤 파채도 만들어보자. 2) 파를 최대한 가늘게 썰어준다. 짧아도 좋고 길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가늘게 면처럼 썰어준다는 것이다. 파 채칼 하나 준비하면 정말 편하다. 3) 양파도 최대한 얇게 썰어준다. 파와 양파가 혼연일체가 되도록 말이다. 4) 마트에서 파는 참 소스와 고춧가루 통깨를 넉넉히 넣어주고 조물 조물 잘 무쳐주자. 참 소스 와 고춧가루 조합은 잘 기억해두자. 정말 간단하고 쉽게 맛있는 채소 절임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 상추를 넣어주면 상추겉절이가 된다. 양파를 얇게 저며서 소스를 부어주면 갈빗집에서 내어주는 양파절임이 된다.
솥뚜껑에 굽는 삼겹살이 정말 맛있는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삼겹살 기름에 김치를 구울 수 있다는 것이다. 5) 묵은지는 흐르는 물에 양념을 살살 털어가며 한번 씻어준 후 물끼를 잘 짜내어 준비 하자. 묵은지 양념이 뜨거운 불판에 닿으면 순식간에 타버려 구운 김치의 맛을 버리게 된다. 6) 그 외에도 버섯 도 필수적으로 구워 주자. 새송이 버섯, 양송이버섯 뭐든 좋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불판 위에서 삼겹살과 함께 구워진다면 정말 훌륭한 가니쉬가 되어준다. 매운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꽈리고추 강력 추천한다. 삼겹살 기름과 꽈리고추 의 조합은 한여름밤 에어컨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삼겹살을 다 먹고 나면 참기름 두 바퀴, 김가루 솔솔 의 볶음밥도 필수 코스이지만 오늘은 삼겹살에 흰쌀밥으로 마무리 하자. 여운이 남아야 내일도 생각난다. 오늘의 맛있는 저녁 한 끼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려면 여운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내일 도 삼겹살을 먹으려고 열심히 일할 것 아닌가.
재료 소개
1) 김치, 계란, 삼겹살, 버섯, 대파
2) 밀가루 혹은 부침가루, 참 소스, 고춧가루, 통깨
[이 글을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
1) 레시피 만을 원하신다면 빨간색 글 만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2) 레시피의 스푼은 기본적인 밥 숟가락이며 티 스푼을 사용할 경우 별도로 티스푼이라고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