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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Jun 19. 2019

난 왜 이것밖에 안될까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다

이 블로그에서는 솔직해지고 싶다. 

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꼬르륵 소리를 전화벨 소리만큼 크게 냈던 일,  

엄마가 이기적인 나 때문에 지난 주 내내 울었다 다는 이야기들은 다 적어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정말 못 적겠는 건, 내 자존심이 죽어도 허락하지 않는건 나의 못난 마음이다.

내 마음 밑바닥에 있는 아주 못난 마음들.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나와 상사가 오랜시간 고민했던 지점들을 전문가들과 나누고 사업 방향을 정하는 자리였기에 평소 흠모하던 전문가 분들과 나에게 월급을 주는 기관 담당자들도 참석했다. 회의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자꾸만 못난 마음을 삐죽삐죽 내비쳤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들이 나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문장들을  몇 번이고 적다 지운다. 나는 도저히 이런 내 밑바닥까지 내보일 자신이 없고, 누군가 굳이 들여다봐주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나만 알고 싶은데, 숨기고 싶은데 자꾸만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울 뿐. 


그 못난 마음은 나의 성향에서 비롯될 때가 대부분이다. 나는 전형적인 사자자리로,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어딜가나 주목받고 싶어하고, 내가 주목 받지 못할 때 우울해 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또 차별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독히도 능력중심주의며 위계적인 사람이다. 


그러니까 오늘 나는 주목받지 못해 심술이 났고, 그걸 자꾸만 내비쳐서 오히려 더 나쁜 인상을 만들어 버렸고 그 와중에 이 자리의 권력과 위계를 맞추며 딸랑거린 것이다. 여기까지. 벌써 너무 싫다. 


나는 내가 버겁다. 

나는 끊임없이 내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

나는 나로 둘러쌓여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한다.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무엇이 문제일지 규정하는게 너무 어렵다면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를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나라는 사람이  버거운게 문제라면 나란 사람이 버겁지 않은 상태는 무엇이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우선 버겁다의 반대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본다. 안 나온다. 젠장. 되는게 없는 하루다. 이게 다 생리가 미뤄져서 그런걸까.  


어쩌면 문제의 주어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내가 버거운가? 아니면 삶이 버거운가? 내 성향이 문제라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그 뻔한 위로가 역시 통하는걸까? 


사실 오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회의장을 나가는 순간 내 이름도, 얼굴도, 내 멍청한 발언들도 잊어버릴 것이다. 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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