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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S파킨슨치매운동 May 12. 2018

파킨슨병과 이별

행복하세요


끝까지 여자이고 싶다!




몸집은 작지만 행동은 야무지고 항상 화난 표정이지만 사실은 웃고 있고, 아프지만 눈물 흘리지 않는 

나의 제자가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내 맘속에 먹먹한 그리움과 진한 추억만 남겨두고 자유로이 춤출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갔다. 


그녀가 떠나 던 날 난 몹시 슬펐지만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그녀를 생각하니 작은 위로가 되었다.

 

파킨슨병으로 수시로 떨리고 굳어가는 몸보다 우울증으로 더 괴롭다고 말했던 그녀

 마음의 병이 깊었던 그때 나와의 만남은 희망이라고 말하곤 했다. 68세의 그녀는 10년 넘게 파킨슨병과 싸우며 약으로 증상 완화를 기대해 보고  운동으로 신체활동능력 향상에 힘쓰며 약물 부작용에 치를 떨면서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건 '여자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의 아프고 초라한 인간으로 보이기는 절대 싫다고 하였다. 과거 꼿꼿하고 아름다운 자세의 전문직 여성, 그 자부심은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운동 중독




그녀는 내가 파킨슨 운동치료 전문가니 뭔가 다르겠지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본인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정적으로 운동치료에 임하셨다. 덕분에 전방 자세 쏠림과 보행 시 방향 바꿈, 균형감 등이 

많이 향상되었다.

 때때로 동작 연습에 집착하여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는 그녀가 걱정이 됐다. 너무 운동에 집착하는 아니 중독되어 가는 그녀에게 적정선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임무였다. 

내가 그녀를 포기할까 봐 불안해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굳은 근육을 움직여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곧 갈 거니까 기다려요~




한 번도 결석하지 않던 그녀가 아무 연락 없이 나오지 않았다. 몹시도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날 문자 한 통이 왔다. 


"선생님 내가 많이 아파서 못 가요. 갈 거니까 기다려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심장마비로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아직도 귓가에 '선생님 이제 물병도 혼자 따요. 박자에 맞춰서 불빛도 따라가고 혼자 20분도 걸어요'

(파킨슨 운동프로그램 일부) 하며 좋아하던 사랑하는 제자 

그렇게 곁을 떠났지만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치열하게 병과 싸웠는지 지켜본 나는 

그저 슬프지만은 않았다. 


거기서는 고운 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세요. 

허리를 바로 세우고 어깨를 활짝 펴세요. 

턱을 살짝 들고 아랫배에 힘주세요.

세련된 구두를 신고 무릎을 쭉 펴세요. 

그렇게 무서워하던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걸으세요. 

그리고 멋진 아저씨랑 데이트도 하면서 이 세상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일을 잊으세요. 

잘 지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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