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결 Jul 24. 2022

유모차 대신 유아차

별로 대단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모차라는 그 폭식폭신하고 편리한 것을 떠올릴 때면 나는 언제나 조금은 불편해졌다. 유아를 태우고 다니는 일종의 수레를 왜 유모차라고 부르는가? 그 말은 어쩐지 양육의 주체를 한정하고 그 주체에 계급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었다. 


물론 고대 근동에서는 유모의 지위가 그리 낮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접해 온 숱한 유모의 이미지들은 공통적으로 가정에서 '주인'이 아닌 사람이었다. 유아를 안거나 걸리지 않고 이동시키는 이 기구를 유모차라 부르는 명명법은, 아이를 주로 산책시키는 사람의 성별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육아라는 일의 속성을 주권 없는 사람이 하는 하청받는 일로 전락시킨다.


우리말 유모차보다는 영어인 스트롤러가 그 기능에 합당한 이름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모차는 편의를 제공하는 주체에게, 스트롤러는 편의를 제공받는 객체에게 초점을 맞춘 이름이다. 하지만 유모차라는 말보다는 스트롤러라는 명칭에 더욱 주체성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이 생각을 한 것은 꽤 되었고 언젠가는 이것을 글로 써 보고 싶다고는 느꼈는데 막상 쓰려니까 피곤해져서 아예 쓰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한살림 앞을 지나다가 "유아차가 출입할 수 있도록 문앞에는 주차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적힌 안내문을 읽고는 마음이 움직였다. 언젠가는 형식을 제대로 갖춘 글을 써야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짤막하게라도 써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우리는 도움이가 아닌 도우미를 찾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