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라는 말이 처음 쓰인 건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였다. 뉴스에서 대전에 있는 리포터를 연결하면 리포터 옆에 '도우미' 두 명 정도가 서 있었다. 그런데 '도우미'는 당시에 새로 만든 말이어서 도우미의 정의에 관한 시청자들의 이해가 필요했다. 대전 엑스포 관계자 혹은 관계자를 취재한 리포터는 도움에 아름다운 여성을 뜻하는 한자어 '미'를 합성하여 '도우미'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아하,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여성이 도우미군요!"
그것이 도우미의 시작이었다.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꿈돌이는 자취를 감췄지만 도우미는 도처에 뿌리를 내렸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도우미 관련 어휘는 69개에 이른다. 가사 도우미, 간병 도우미, 게임 도우미, 결혼 도우미, 경로 도우미, 주차 단속 도우미, 진로 도우미, 급식 도우미, 귀가 도우미, 길 도우미, 도서관 도우미, 낙동 도우미, 목욕 도우미, 보육 도우미, 산모 도우미, 산림 도우미 소송 도우미, 쇼핑 도우미, 여행 도우미 등, 그 용례가 무척 넓고 다양하다.
하지만 어째서 도우미여야 할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 하면, '도움'에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접사 '이'가 결합한 형태인 '도움이'라고 쓰는 편이 합당하다. 도움에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를 합성하는 용법은, 도우미라는 말이 뻗어나가는 속도와는 반대로 주고 받는 '도움'의 특질을 한정하고 그것의 확장을 방해하는 성질이 있다. 현재의 용법을 고수할 경우, 여성이 주는 도움이라는 의미가 고정된다.
한국어는 교착어이고 한자어의 비중이 높아 새말을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조어의 대부분은 속어에 해당하는 인터넷 용어이다. '라떼는 말이야'와 '맨스플레인'은 언어로서 누리는 지위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생활 저변은 물론이고 시사와 학술 용어로도 사용이 가능한 도우미라는 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쓰임이 많았던 덕분에 부름을 많이 받았다. 그 덕분에 작은 시작에 불과한 줄 알았던 신조어가 광범위하게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시작점이 대전엑스포였다 할지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시대의 '도움'을 행사장의 서비스로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