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작은 사이즈의 양배추 두 통이 있고, 단감이 많이 있다. 마침 지난번에 만들어 둔 사과양배추물김치가 떨어져서 새로 물김치를 담갔다. 물김치는커녕 김치가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나서는 김치, 특히 물김치만큼 좋은 반찬이 없다. 물김치만 삼삼하게 잘 담가 두면 자연식물식 반찬은 걱정 없다. 물김치는 샐러드 대용으로 좋아서 매 끼니 샐러드를 만들 필요가 없고, 반찬으로도, 간식으로도 유용하다. 특히 아침저녁에 먹는 물김치는 과일이나 샐러드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속을 편안하게 한다.
시들기 직전의 양배추 두 개를 냉장고에서 구해냈다. 양배추의 겉잎은 떼어내고 한입 크기로 잘라서 소금 네 큰 술에 절였다.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단감 4개를 잘랐다. 단감이 많기도 하고, 마트에서 사 온 단감은 식감이 별로라 물김치의 재료로 소비하려고 마음먹은 터였는데, 잘라서 맛을 보니 그새 숙성이 되어서 달고 맛있게 변해 있다. 맛있는 단감은 그냥 먹어도 무방하지만, 마음먹은 김에 물김치 재료로 나박하게 썰었다. 맛있는 재료를 사용하면 물김치도 더 맛있어질 테다. 양파는 두세 개를 넣어도 되는데, 냉장고에 양파가 많지 않아서 한 개만 사용했다. 양파도 양배추처럼 한 입 크기로 잘랐다. 다른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뒤적여서 소금기가 고루 배게 했다. 양념은 찹쌀풀에 소금 1, (마스코바도) 설탕 3, 식초 3, 매실청 3큰 술을 섞었다. 찹쌀풀은 물을 700밀리 이상 넣은 냄비에 찹쌀가루 한 큰술을 풀어서 묽게 끓인 다음 한 김 식혀서 사용했다. 잘 절여진 양배추는 두어 번 헹구어 내고, 김치통에 모든 재료와 양념을 넣은 뒤에 물을 가득 부으면 물김치 완성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평소보다 강하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밍밍한 온도에서 맛을 보아도 간이 맞을 정도이니 오히려 간이 강할까 봐 걱정이다. 물김치는 만들 때마다 기다림을 요구한다. 냉장고에서 어느 정도 간이 고르게 배고 시원해져야 제맛이 나오니 만들자마자 맛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전 일정이 있어서, 물김치를 만들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두고 저녁에 한 대접 맛을 보았다. 새콤한 맛이 강하지만 단감의 단맛과 양배추의 시원한 맛의 조합이 아주 좋다. 양파를 적게 넣어서 매운맛이 약하니 그것도 좋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 완벽을 기하려고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간소한 것이 좋아졌다. 음식을 만들 때에도 재료나 양념을 한 가지라도 더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재료와 양념을 이용해서 담백한 맛을 낸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라서 욕심을 끌어들이면 끝이 없고, 좀 부족해도 만족하고 용서하면 마음이 평화롭고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린다. 그런데 자연식물식이 주식이지만, 때때로 외식도 하고, 달고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도 섭취하는 것처럼, 마음에 평화가 머물더라도 때때로 욕심이 일어나고 욕심은 또 더 큰 욕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아침에는 단감을 한 개 먹고, 대봉감 한 개가 익어서 대봉감도 먹었다. 올해 첫 대봉인데, 역시나 대봉도 맛있다. 올해는 어쩜 과일마다 다 이리 잘 되었는지 과일을 먹을 때마다 즐겁다. 점심에는 약속이 있어서 치팅데이를 가졌다. 오랜만에 한식 뷔페에 가서 맛있게 여러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저녁에는 밥은 먹지 않고 선물로 받은 찰떡에 과일, 아침에 담근 물김치를 양껏 먹었다. 요즘 치팅데이를 자주 가졌더니 몸무게가 조금 더 늘었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