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마트에 간 김에 큰 무를 두 개나 샀더니 무가 남아돈다. 무 한 개는 배추김치를 담글 때 사용했고, 나머지 한 개는 조림을 해 먹거나 물김치를 담글 때 쓰려고 냉장고에 그대로 두었는데, 쉽게 조림을 하게 되지도 않고, 물김치를 담글 때에도 사용하지 않았더니 계속 냉장고에 방치되고 있어서 깍두기를 담갔다. 얼마 전에 작은 무로 담근 깍두기가 남아 있지만 무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자연식물식 반찬이 깍두기니 무를 꺼내어 일단 깍둑썰기를 했다. 무가 워낙 커서 큼지막하게 듬성듬성 시원시원하게 잘랐다. 잘라 둔 무에 소금 두 큰 술을 넣어 절였다. 무는 잠깐만 절여도 금세 간이 배는데, 다른 반찬을 만드느라 한참 절인 바람에 무가 아주 짭짤해졌다. 몇 번 헹구어도 무가 간간해서, 소금과 멸치액젓을 넣지 않고 양념을 했다. 양파 한 개를 잘라 넣고, 고춧가루 2, 설탕 1, 식초 1, 매실청 1큰술을 넣어서 버무리니 뚝딱 깍두기 완성이다.
냉장고에 김치 몇 가지가 넉넉히 쌓여 있으니 이번에 담근 깍두기는 며칠 숙성해 두고 먹으려고 냉장고 가장 안쪽에 넣었다. 전에 만들어 둔,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먹는 동안 오늘 만든 깍두기의 간이 고루 배면서 더 맛있어질 거다. 김치는 만들고 바로 신선한 맛에 먹어도 좋고, 냉장고에서 충분히 묵혀가면서 먹어도 좋으니, 채소가 남아돌거나, 시간이 여유로울 때마다 만들어서 쟁여 두고 있다. 적은 양을 만들기 때문에 금방 먹지만, 워낙 자주 담그다 보니 김치 몇 가지 정도는 늘 냉장고에 있다.
어제 만든 단감양배추물김치가 아주 맛있다. 아침에 샐러드 대용으로 한 대접 퍼서 고구마맛탕과 함께 먹었더니 딱 좋다. 점심은 냉장고의 여러 김치와 나물반찬으로 자연식물식을 하고, 저녁은 외식할 일이 있어서 가지솥밥을 먹었다.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서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양념이 짜고 강해서 고기냄새가 싫지 않아 조금씩 집어 먹었다. 가지가 부드럽고 맛있어서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디저트로 진한 초콜릿케이크와 얼그레이 크림이 잔뜩 올려진 바스크치즈케이크를 먹었다. 물론 케이크는 자연식물식 음식이 아니지만, 기분 좋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콤한 음식을 즐겼다. 치팅데이도 아닌데, 저녁 디저트는 거의 치팅데이 수준이다. 자연식물식을 주로 하고 있지만 유연하게 하니, 외부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 편하다. 오늘 자유롭게 먹었으니 내일은 좀 더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유지해야겠다. 몸무게는 약간 줄었고, 눈의 이물감 없이 렌즈를 잘 착용하고 있다. 몸의 컨디션도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