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124일째다. 자연식물식을 주로 하되, 맛있고 즐거운 음식도 중간중간 먹어가면서 유연하고 길게 운영하고 있다. 어제 새로 담가 둔 물김치가 있으니 아침에는 물김치를 한 대접 넉넉히 먹었다. 식초와 매실청으로 새콤한 맛은 냈지만 짜지 않게 담갔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건더기를 빡빡하게 한 그릇 담으면, 추가로 샐러드를 만들지 않아도 생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자잘한 고구마가 한 봉지 있어서 에어프라이어에 한 바스켓 가득 구워서, 과일(단감, 사과, 귤)에 곁들여 가족들 아침 식사로 해결했다. 가족 중에 절반이 감기에 걸려 있으니 점심 반찬을 몇 가지 했다. 사실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자연식물식만큼 좋은 반찬은 없지만, 이미 바깥 음식에 길들여진 가족들이 그나마 건강하게 잘 먹을 음식을 준비하려면 고기나 해산물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만 바깥음식에 기웃거리지 않는다. 어제 사 둔 볶음탕용 닭 두 마리를 팔팔 끓였다. 어느 정도 익으면 초벌로 삶은 물을 버리고 닭을 깨끗이 씻은 다음, 물을 자박하게 붓고 다시 끓인다. 이때는 간장, 설탕, 고춧가루로 간을 하고 양파 한 개는 잘게, 감자 두 개는 크게 잘라 넣는다. 양파는 양념에 녹아내리도록 작게 자르고 감자는 푹푹 끓여도 형태가 남아 있도록 크게 자른다. 이미 초벌로 삶은 닭이지만 15분 이상 센 불에 끓이고, 간을 보았는데 좀 맹맹하고 싱거워서 고추 두 개와 소금 반 작은 술로 추간 간을 했더니 간이 좋다.
냉동실에 오징어가 다섯 마리나 있는데, 늘 손질해서 잘라 둔 냉동오징어만 사다가 처음으로 손질되지 않은 생물 오징어를 욕심 내어 샀더니 전혀 손이 안 가고 냉동실에 몇 달째 방치되어 있다. 아무리 냉동실에 넣어 뒀다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냉동 오징어의 소비기간이 3-6개월이란다. 자칫하면 못 먹고 음식물쓰레기가 되지 싶어서 일단 해동을 했다. 두세 시간 해동한 오징어는 찬물에 담가서 녹여가며 손질을 했다. 인터넷을 보니 배를 가르고 다리를 잡고 내장을 쭉 떼어낸 다음 내장 부분만 가위로 잘라서 버리면 된단다. 그렇게 해보니 대충 오징어가 손질은 되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손질하자마자 물에 데쳤다. 잘 데쳐진 오징어를 한 김 식혀서 잘랐는데, 그냥 먹어도 맛있다. 오징어는 볶음이나 국만 했지, 이렇게 데치기만 해서 먹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초고추장(고추장, 식초, 매실청을 2:1:1로 섞었다)만 만들어서 식탁에 내어 놓으니 가족들이 잘 먹는다. 원래는 데친 오징어를 볶든지 끓이든지 할 생각이었는데 가족들이 잘 먹으니 점심에는 숙회로 먹고, 저녁에 남은 오징어는 양념을 해서 볶았다. 고추장, 설탕, 간장, 올리고당, 다진 마늘, 깨, 대파 한 뿌리만 넣고 볶았는데, 향미가 좋다. 엊그제 끓여 둔 돼지고기고추장찌개가 있어서 가족들을 주고, 내 것은 물김치를 펐다.
요즘에는 물김치가 가장 맛있다. 만들다 보니 물김치의 맛이 점점 좋아지기도 하지만, 신선한 채소를 편하게 넉넉히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매 끼니 샐러드를 준비하려면 따로 손이 가는데 물김치를 미리 만들어 두니 생양배추와 생양파를 즐겨 먹을 수 있다. 추가로 오이나, 파프리카, 사과, 단감, 알타리 같은 색과 맛이 있는 채소나 과일을 한 두 가지 정도 넣는데 이번에는 단감을 추가해서 단맛이 양파의 매운맛을 잡아 주는 느낌이 좋다. 닭볶음탕의 닭은 거의 먹지 않고 감자만 맛있게 건져 먹었고, 데친 오징어와 오징어볶음은 원하는 만큼 먹었다. 간식으로 모닝빵 한 개와 식빵 한 장에 딸기잼과 크림치즈를 곁들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