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126일째다. 유연하게 하고 있으니 주로 자연식물식이되, 다른 음식도 얼마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다. 오늘 나를 위한 자연식물식 반찬은 가지볶음만 했다. 국과 밑반찬은 며칠 전에 해 두었던 것을 꺼냈더니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가장 식욕이 떨어지는 식사였다. 된장국도 끓이자마자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맛이 없어서 겨우 먹었다. 선물로 들어온 파김치와 갓김치가 있어서 기대하며 꺼냈는데, 이제 자연식물식의 삼삼한 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입에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김치는 다른 요리에 조금씩 넣어 먹어야 할 판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맛없는 식사를 했다. 내가 만든 삼삼한 가지볶음이 그나마 맛있어서 주로 가지볶음으로 밥을 먹었다. 기름 없는 팬에 가지 2개를 볶다가 대파를 넣고 더 볶는다. 다 볶아지면 불을 끄고 소금 반 작은 술, 후추 조금, 생들기름 한 큰 술 넣고 잘 섞어주면 맛있는 가지볶음 완성이다. 가지에 수분이 많아서 볶을 때 기름이 없어도 잘 타지 않는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먹을 국은 소고기 뭇국을 끓였다. 소고기 국거리 한 덩어리를 물에 팔팔 끓이다가 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끓였다. 고기가 익으면 한김 식혀서 자른 다음, 다시 넣는다. 그리고 대파를 넉넉히 잘라 넣고, 다진 마늘, 국간장, 멸치액젓, 후추로 간을 했다. 나는 된장국을 먹느라 먹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라지만, 감기가 낫고도 과연 나은 건가 싶을 만큼 감기가 자주 오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다. 같이 자연식물식을 하자고 권유해 보니 대답은 ‘노’다. 당연하다. 아직 자연식물식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다. 고기는 있어야 한다는 아이에게 고기를 포함한 자연동물식(?)을 해주겠노라 했다. 당장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바깥음식을 줄이고 집에서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자고 했다. 나는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감기로 고생한 일이 없다. 가족들이 모두 감기에 걸리면 얼마간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하지만 며칠 만에 금방 컨디션을 회복한다. 자연식물식은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물론 자잘하게 불편한 알레르기도 사라진다. 그러니 오랫동안 끌고 있는 감기에도 자연식물식만한 음식이 없다는 확신이 있는데, 아이를 설득하고 먹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도 오늘의 건강식, 소고기 뭇국은 통과다. 고기는 평소보다 적게 넣었고 파는 거의 무만큼 많이 넣었다. 이제는 나의 자연식물식 보다 아이의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