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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Dec 07. 2024

시끄러운 날의 단감배추물김치

정국이 시끄러우니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다. 마음도 시끄럽고,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의하는 간접민주제의 한계를 부쩍 느끼는 요즘이다. 시끄러운 날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아침부터 물김치를 담갔다.


주말이니 먼저, 가족들 반찬으로 닭 두 마리를 삶았다. 백숙을 끓이려고 10여분 삶은 닭을 깨끗이 씻고 물을 새로 받아서 팔팔 끓였다. 냉동실에 모아 둔 양배추 심지도 여러 개 넣고, 아무도 먹지 않는 도라지액도 두 봉지 넣었다(도라지액이 아니어도 쌍화탕이든 뭐든 한약 냄새나는 액을 넣으면 맛이 한결 깊어진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 푹푹 삶으면 맛있는 백숙 완성이다. 오래 삶으니 물이 많이 증발해서 처음에 물을 많이 잡고, 중간에 물이 부족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굵은소금 한 작은 술로 간을 했다. 닭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베란다에 있는 작은 배추 2개의 겉잎을 이용해서 배추된장국을 끓였다. 배추된장국은 건새우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배추 겉잎을 잔뜩 찢어서 넣고, 된장 한 큰 술로 간을 했다.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하고 오랫동안(적어도 15분 이상) 끓이면 된다. 센 불로 끓이다가 중간불로 낮췄다.


된장국을 끓이고 남은 알배기 배추로 물김치를 담갔다. 아직 냉장고에 배추물김치가 남아 있어서 급하지 않았지만, 배추에 물이 닿은 데다가 닭이 익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알배기 배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굵은소금 한 큰 술 반에 절였다. 베란다에 있던 작은 무 1개도 깨끗이 씻고 나박하게 썰어서 배추와 함께 절였다. 냉장고에 단감이 많아서 3개를 꺼내어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찹쌀가루 한 큰 술을 물 700밀리에 섞어서 한 번 부르르 끓여서 찹쌀풀을 만들어 식혔다. 절여진 채소, 잘라 둔 단감, 찹쌀풀이 준비되었다. 매실청, 식초, 설탕을 1:1:1의 비율로 섞어서 양념을 했다. 적당한 김치통에 모든 재료와 양념을 넣고, 통이 가득 차도록 물을 부으면 단감배추물김치 완성이다. 채소 절이고 나온 채수까지 사용해서, 따로 소금을 더 넣지는 않았다. 물김치는 반찬으로 먹는 용도보다, 샐러드 대신 아침식사로 먹는 자연식물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삼삼하게 만들고 있다. 건더기를 빡빡하게, 아침마다 물김치 한 대접씩 먹으면 여느 샐러드가 아쉽지 않다. 물김치는 여러 번 담가도, 담글 때마다 맛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물김치는 바로 만들자마자 먹으면 맹맹하기만 하고 별 맛이 없다. 냉장고에 두고 시원하게 숙성이 되고 채수가 빠져나오면서 맛이 어우러져야 맛있어지니 기다림의 김치이다. 냉장고에 물김치를 넣으면서 맛있게 익기를 바라본다.


배추된장국을 끓이고 배추물김치도 담그는 동안 닭이 푹 삶아졌다. 오랫동안 끓여서 그런지 백숙이 부드럽다고 가족들이 잘 먹는다. 나는 닭고기는 당기지 않아서 백숙은 먹지 않고, 국물에 찹쌀밥을 넣어 끓인 닭죽만 먹었다. 닭죽이 아주 맛있게 되었다. 역시 닭죽은 찹쌀밥으로 해야 제맛이다. 며칠째 감기가 올 듯 말 듯 목이 가끔씩 컬컬했는데 닭죽을 먹으니 몸이 편안하다. 평소에는 닭죽을 좋아하지 않지만 감기기운 때문에 먹었더니 맛도 좋게 느껴졌다. 자연식물식 151일째다. 몸과 마음의 평화, 기다림과 배려, 이 모든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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