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만들어 둔 달걀 장조림이 아직 냉장고에 있다. 달걀노른자가 반숙으로 익어서 식감은 좋은데, 너무 삼삼하게 만들었는지 소비되는 속도가 느리다. 싱거운 음식은 맛이 쉽게 상할 수도 있으니 빨리 먹는 게 상책이라 떡볶이에 넣기로 했다. 어묵과 쌀떡, 달걀 장조림(대파를 많이 넣고 만들어서 달걀 장조림에 넣은 대파도 잔뜩 사용했다)을 볶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우동간장, 설탕을 2:1:2:2의 비율로 섞어 넣고 한번 더 볶았다. 떡이 말랑거려지면 그만 볶아도 된다. 너무 눌어붙거나 타려고 할 때마다 물을 몇 큰 술씩 넣었다. 들어간 물의 양이 적지 않지만, 볶으면서 거의 다 증발하니 국물이 없는 건조한 떡볶이가 되었다. 원래 기름 떡볶이는 국물 없이 먹는 맛인데, 양념이 국물에 희석되지 않아서 짭조름한 느낌이다. 기름에 튀기듯이 볶는 방법도 있지만, 기름을 많이 넣지 않고, 처음에 볶을 때에만 한 큰 술 넣었다.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가득 들어 있어서 김치를 이용한 반찬 만들기가 매우 수월하다. 이전에는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많으면, 언제 다 먹나 싶어서 부담스럽기만 하더니,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김치 냉장고의 김치가 진심으로 든든하게 느껴진다. 점심을 급히 준비하느라 김치볶음밥을 했다. 밥통에 어제 지은 찬밥이 있고, 냉장고에 김치가 있으니 김치볶음밥 만들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김치를 종종 썰어서 넣는다. 찬밥도 넣고 볶다가, 부족한 간은 우동간장과 설탕으로 한다. 모차렐라치즈를 한 줌 넣고 한 번 더 볶으면 완성이다. 작은 팬에 달걀프라이도 했다. 반숙으로 하면 모양새도 좋고 맛도 부드러운데, 잠깐 뚜껑을 덮어 둔 사이에 완숙이 되어버렸다. 그릇에 김치볶음밥을 담고, 그 위에 달걀프라이를 올리면 맛있는 김치볶음밥 완성이다. 김장김치가 맛있으면, 김치볶음밥은 실패할 일이 거의 없다. 햄이나 소시지, 베이컨, 통조림 참치를 추가해서 볶아도 되지만,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는 굳이 넣지 않고 있다.
자연식물식 150일째다. 100일까지만 해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100일이 훌쩍 넘어 150일이다. 지난 기록을 살펴보니 자연식물식 50일째부터 물김치를 담가먹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김치를 먹고 있다. 물김치를 아주 싱겁게 담그니, 샐러드 대용으로 훌륭하다. 물김치를 담그기 전에는 자연식물식 반찬으로 매일 샐러드를 하느라 잎채소 준비와 수제 드레싱 만들기에 신경을 썼는데, 물김치를 담그면서부터 그런 수고로움을 덜었다. 특히 물김치의 주재료로 양배추나, 배추 같은 십자과화 채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 가지 재료만의 효과는 아니겠지만, 매일 물김치에 들어 있는 십자과화 채소를 먹으면서부터 속이 아주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