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물 딸기로 만든 딸기잼

by 소미소리

봄에 먹는 딸기는 온전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즙이 풍부하고 색이 화려한 딸기는 보기에도 좋고 향기마저 좋다. 가족들도 모두 딸기를 좋아하니 봄철 귀갓길에 딸기가 보이면 자주 사서 들어온다. 서너 팩을 사도 하루면 다 먹으니 일단 양이 많은 걸 고르는 편이다. 며칠 전, 비가 오고 갠 날, 과일가게에 딸기가 눈에 띄어서 큰 팩(다라이 모양의 팩)으로 두 개를 사들고 와서 손질을 시작했다. 딸기는 은근히 손질에 손이 많이 간다. 과도로 딸기 꼭지를 조심스럽게 발라내고 흐르는 물에 두어 번 씻으면 되니 간단한 과정이지만 딸기 꼭지 따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보통은 딸기를 씻은 뒤에 작은 통에 소분해서 담아두곤 한다. 사과나 샤인머스켓이 있으면 적당히 섞어서 과일 칵테일통을 만들어 두면 가족들이 오며 가며 간식으로 꺼내 먹기에 좋다.


이번 딸기는 씻고 봤더니 애매하게 물러진 부분이 많았다. 육질이 단단하지 못하고 손으로 으깨면 쉽게 으깨질 태세다. 그나마 예쁜 모양의 딸기만 통에 담아두고, 대부분의 딸기는 딸기잼을 만들었다. 물러있는 딸기는 그냥 먹기는 싫어도, 딸기잼을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딸기가 이제 거의 끝물인데 올해에는 딸기잼을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 이왕지사 무른 딸기를 만난 김에, 냄비에 딸기를 쏟아붓고 손으로 쥐어가며 으깼다. 워낙에 육질이 물러서 손으로 으깨도 충분했다. 딸기를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불을 낮추고 설탕을 넣었다. 딸기와 설탕은 동량으로 넣으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딸기보다 설탕을 조금 적게 넣었다. 아주 약한 불로 낮추고 간간이 저어가며 졸였다.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면서 한 시간은 졸였다. 졸이다 보니 과육이 덜 으깨진 부분이 눈에 띄어서 작은 채에 대고 마저 으깼다. 한 시간을 졸이고 나면 딸기잼이 어느 정도 진해진 느낌이 든다. 끈끈하거나 굳은 느낌이 들 때까지 졸이면 잼이 아니라 사탕이나 엿이 되어버리니 묵직한 느낌이 들면 불을 끄고 식히는 게 좋다. 한 김 식은 딸기잼을 작은 유리통에 담았더니 세 통이나 나왔다. 집안에 달콤한 달기잼 향이 진동을 하니 첫째 아이가 식빵을 구워서 딸기잼을 바로 시식했다. 평소에 사 먹는 딸기잼보다 훨씬 맛있단다. 나도 맛을 보니, 파는 것보다 더 진하게 되었다. 농도가 시판 딸기잼보다 묽은 상태에서 불을 껐는데 식으면서 농도가 훨씬 되어졌다. 그래도 꽤 발림성이 좋고 달콤하고 향기 좋은 딸기잼이 완성되었다.



어쩌다 무른 딸기를 만나면 맛없게 억지로 먹지 말고, 잼을 만들어 보시라. 잼 만들기는 사실 불조절만 잘하면 손도 많이 가지 않는다. 딸기잼이 세 통이나 비축되었으니 일 년까지는 아니어도 반년은 충분히 먹을 양이다. 올해는 딸기도 풍년이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과일맛을 제대로 즐기는 거다. 이전에도 과일을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철철이 과일맛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과일 덕분에 계절의 변화까지 즐기고 있다.


* 표지 사진: UnsplashKamala Brigh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금세 만드는 가지전과 쑥갓굴전, 그리고 맛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