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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무로 담근 오밀조밀한 깍두기

by 소미소리

깍두기 담그기는 정말 쉽다. 김치 담그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깍두기라면 겉절이처럼 쉽게 담글 수 있다. 급하게 김치를 해야 할 때에도 깍두기는 오래 절이지 않아도 아삭거리는 맛이 좋고, 익으면서 더 맛이 좋아지니 쉽게 만들 수 있다. 주문한 월동무 2개가 배송 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깍두기를 했다. 봄도 거의 늦봄인데 아직까지도 신선한 월동무를 맛볼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월동무에 묻은 흙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필러로 껍질을 벗겼다. 전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사용하기도 했는데, 새로 담근 김치는 주로 아이들 차지니 아이들 입맛에 맞게 질긴 껍질은 다 벗겨낸 뒤에 작은 크기로 깍둑 썰었다. 큼지막하게 한 입 가득 넣고 먹는 것보다, 아담하게 오밀조밀 잘라서 만든 깍두기를 오물거리며 먹는 것을 선호하니 잘고 귀여운 크기로 잘랐다. 급하게 무칠 때에는 굵은소금보다 가는소금이 편리해서, 가는소금 세 작은 술에 무를 절였다. 채 30분도 절이지 않은 무에 양념을 시작했다. 절이면서 나온 수분을 버리지 않고 같이 무쳤다. 고춧가루, 멸치액젓, 설탕, 매실청을 3:3:2:1의 비율로 섞어서 무치고 파와 다진 마늘을 추가했다. 통에 담고 깨까지 솔솔 뿌리면 월동무를 이용한 깍두기 완성이다.


요즘에는 알배기 배추보다 월동무가 더 싱싱하고 식감이 좋다. 알배기 배추로 몇 번 겉절이를 담갔는데 배추를 잘못 사면 배추가 아삭거리지 않고 눅진한 느낌이라 맛이 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무로 담근 깍두기는 여름을 바라보는 아직까지도 맛이 한결같다. 가을에 먹는 달콤한 무는 아니지만, 설탕이나 매실청을 조금 더 넣으면 맛이 훌륭하다. 더 달착지근하게 먹으려면 무를 절일 때 소금과 함께 설탕까지 좀 넣으면 된다.


무 2개로 깍두기를 담갔으니 얼마동안 햇김치 걱정은 없다. 지난주에는 냉장고에 무가 딱 반 개 있어서 그걸로 깍두기를 담가서 며칠 동안 잘 먹었다. 작년 겨울의 김장김치는 이제 시어서 아이들이 먹지 않으니 냉장고에 새로 담근 김치가 한 가지라도 있어야 좋다. 무 반 개도 상당히 커서 깍두기를 담가두니 긴 연휴 동안 톡톡히 밑반찬 역할을 했다. 김치는 재료와 양념의 양에 따라 맛이 매번 조금씩 바뀌는데, 그렇게 다양한 맛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깍두기는 바로 담가도 맛있지만 냉장고에 며칠 숙성이 되면 밀도가 높아지면서 또 다른 맛이 나니 며칠을 두고 먹어도 질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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