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감자로 만든 음식은 좋아한다. 감자 샐러드, 감자 옹심이, 감자전을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에 제일 즐겨 먹는 음식은 감자전이다. 감자를 얇게 채쳐서 부쳐도 맛있지만 진짜 좋아하는 건 감자를 갈아서 만든 감자전이다. 감자전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강원도에 놀러 가거나 전집에 가야만 먹는 음식으로 알았었는데, 이웃의 친한 지인이 감자전을 쉽게 만드는 레시피를 알려줬다. 감자를 갈아서 채반에 받친 다음 부치면 된다는 거다. 감자전을 만들려면 면포에 받쳐서 물기를 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자 감자전이 아주 쉬워졌다.
감자를 강판에 갈 필요도 없다. 적당한 크기로 뚝뚝 자른 감자를 굵은소금 조금 넣고 믹서기에 갈면 된다(잘 안 갈아지면, 처음에 물을 조금 넣으면 수월히 갈아진다). 갈아진 감자를 채반에 밭쳐 두고(30분만 두어도 된다), 물기가 쏙 빠지면 윗물은 버리고 아래에 가라앉은 전분에 채반에 있던 감자를 섞는다. 그러면 감자전 재료 준비 끝이다. 이제 프라이팬에 앞뒤로 노릇노릇 구우면 되니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채반에 받쳐서 물기를 빼는 것도 귀찮으면 농도에 맞게 감자전분이다 밀가루를 섞어도 된다. 이러면 감자 100% 감자전과는 맛이 좀 다르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맛있다. 감자전재료에 양파나 부추를 넣어도 되지만, 감자 100%의 쫀득한 맛이 당겨서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식용유 두른 팬에 감자전을 부쳐서 먹어보니 아주 쫀득쫀득했다. 햇감자라 물기가 많아서 잘 안 부쳐지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수분이 많지만 물기 또한 잘 빠져서 여느 감자전 못지않게 밀도가 높게 되었다. 감자를 갈 때에 굵은소금을 한 꼬집 넣었더니 간도 맞았지만 초간장을 곁들였다.
여름이 되면 햇감자가 나오고 옥수수가 나온다. 여름 내내 옥수수를 쪄먹는 재미가 있다. 더운 날씨에 집에서 옥수수 삶기가 부담스러우면 밖에서 파는 찐 옥수수도 좋다. 여름에는 국산 옥수수를 껍질을 벗겨가며 큰 솥에 바로 쪄서 파는 노점이 여럿 생기니 사 먹기도 어렵지도 않다. 수박은 벌써 꽤 나오기 시작했고 딸기는 벌써 수이 무르기 시작했다. 곧 복숭아와 포도가 나올 게 기대되는 걸 보니 여름이 반갑게 느껴진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고는 부슬비나 내리고 말겠지, 했는데, 웬걸, 꽤 큰 비가 오면서 날이 서늘한 느낌이다. 봄이 지나는 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