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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Oct 18. 2024

개떡보다 쉬운 쑥설기 만들기

당신이 먹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꾸어라. 그러면 그 보답으로 최상의 건강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건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 말해 육류와 유제품, 계란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고 식물성 식품을 먹으라는 것이다.(p.58) 콜린 캠벨 외, <무엇을 먹을 것인가>


2027년 4월 4일이 되면, 자연식물식 1000일이 된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101일째이다. 자연식물식을 100일 넘게 기록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자연식물식을 좀 더 철저하게 하고 싶었고, 30일만 완수해도 좋다는 마음에 기록을 시작했다. 처음 30일은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져서, 초기 30일만큼 시간도 느리고, 하루하루가 길고, 부담스러운 시기가 다시는 없었다. 일단, 자연식물식이 자리를 잡고 나니 자연식물식만큼 몸도 마음도 편하고, 음식준비마저 부담이 없는 식이요법도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러니 이제는 더 긴 기간을 바라본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식이요법인데, 자연식물식 초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좀 더 유연하고 편안하게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도 때때로 먹으면서) 실행하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운동이 좋아졌다. 땀과 열을 쏙 뺐을 때의 개운한 기분이 좋아서 매일 두어 시간 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일찍 일어난 날은,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아름다운 일출을 보면서 등산을 한다. 등산 중에서 새벽 등산이 가장 좋다. 일찍 나가면 붉게 일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좀 흐린 날도, 공기가 청량하면 일출하는 하늘이 새빨갛게 변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감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등산을 시작하고부터는 아침부터 밥을 차려먹었는데, 오늘은 어제 찐 고구마와, 쑥개떡이 있어서 삼삼한 물김치에 고구마와 개떡으로 아침을 차렸다. 점심과 저녁은 넉넉히 만들어 둔 여러 가지 삼삼한 김치와 멸치볶음, 구운 김으로 차리고, 단감과 사과, 쑥설기를 간식으로 먹었다. 올 가을 단감은 처음 주문했는데, 여느 해의 단감보다 연하고 달다. 이렇게 수분이 많고 여린 식감의 단감은 처음이다. 첫물의 단감이 이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과일마다 맛있게 잘 되는 해인지, 복숭아, 참외, 수박, 사과에 이어 단감까지 아주 맛이 좋다.


어머니가 봄에 캐어서 냉동실에 보관하던 쑥을 몽땅 넣고 쌀가루를 빻았더니 색감도 좋고 쑥향이 진하다며 몇 봉지나 주셨다. 봄에 주신 쑥쌀가루도 있는데 추가로 세 봉지나 받았으니, 오래된 쑥쌀가루를 빨리 소진하려고 쑥설기를 했다. 사실 개떡보다 만들기 쉬운 떡이 쑥설기다. 모양을 제대로 내려면 손이 가지만 가정에서 뜨거운 기운에 촉촉하고 쫀득한 맛으로 먹을 정도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냉동실의 쑥쌀가루는 미리 꺼내어 놓고 찬 기운이 없도록 해동한다(찬 기운이 있으면, 시간을 좀 더 잡고 찌면 된다). 냄비에 물을 받은 다음, 촘촘한 삼발이 채반을 놓고, 채반 위에 해동한 쑥쌀가루를 고르게 올린다. 좀 더 빨리 익히려면 가운데를 좀 눌러서 살짝 비운다. 뚜껑을 덮고 센 불에 찌다가 끓어오르면, 중약불에서 20분 이상 찐다. 그리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면 쑥설기 완성이다. 따로 모양을 잡지 않았으니 쑥버무리 같은 비주얼이 나오지만 집에서 간식으로 먹는 용도로는 손색이 없다. 방앗간에서 빻아온 습식 쌀가루는 냉동실에 한참을 두고 사용해도 따로 물주기(쌀가루를 손에 쥐었을 때,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수분을 더하는 일)를 하지 않아도 떡이 잘 만들어진다. 방앗간에서 기본 간을 해서 주기 때문에 따로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달게 먹으려면 설탕을 넣어 찌거나, 다 된 쑥설기 위에 꿀을 곁들여도 되지만, 바로 찐 쑥설기는 뜨끈하니 맛있어서 설탕을 더하지 않아도 몇 번이나 가져다 먹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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