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은 좋은 생활습관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삶을 가져온다. 아토피로 인생무상을 느낄 만큼 지쳤을 때가 있었다. 갑자기 도져버린 아토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낫는지, 얼마나 오래 걸려야 낫는지 가늠도 안 되는 데다가, 피부과의 양약은 너무 독해서 더는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전에는 신나게 걷는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아토피가 도지고 나서부터는 걷는 운동도 별로 신나지 않았다. 그래서 기껏해야 평평한 산책로를 일부러 잠깐 걷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것도 기운 없이… 그러다가 식이요법을 알게 되고, 체질식을 거쳐서 자연식물식을 하게 되었다. 자연식물식에 익숙해지고 몸이 회복되어 가면서 운동을 다시 제대로 시작했다. 이번에는 등산이다. 이전에도 속보로 산자락을 걷기는 했지만 등산로를 오르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등산로 정도는 올랐다 내려와야 직성이 풀린다.
해발 480미터 정도의 작은 봉우리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데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추워진 날씨에도 그 정도 운동을 하고 나면 점퍼도 필요 없다. 땀이 나고 열이 오르니, 등산길에 이미 점퍼는 벗어서 가방에 넣는다. 내려올 때 바람이 많이 부는 구간에서 다시 입기도 하지만, 반팔티에 반바지면 딱 좋다. 나무기둥을 부여잡고 올라가거나 조심조심 거의 기듯이 느리게 내려오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절경을 감상하며 오르내린다. 특히 새벽녘에 일어나서 나가면,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 지 모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과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좀 늦어서 일출을 놓치면 어떤가? 산의 색과 조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니 그것만 해도 즐겁다. 높이 오를수록 멀리 보이는 경치는 상상력까지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같은 등산로를 매일 오르다 보니, 같은 시간에 등산하는 사람들을 알아보게 되었다. 늘 그 시간에 꾸준히 등산하는 사람들은 이미 있었던 거다. 코 앞에 등산로가 있는데도 등산의 즐거움을 10년 만에 알게 되었다. 이것도 자연식물식이 준 선물이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니 조급함이 사라지고 느릿하게 산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자연식물식 102일째이다. 등산을 하면서 그동안 먹지 않던 아침을 먹기 시작했더니 몸무게는 약간 늘었다. 다른 컨디션은 모두 좋다. 점심과 저녁은 이미 만들어 두었던 미역국에 김치와 멸치볶음, 구운 김으로 차렸고, 가족들 반찬으로는 삼치를 구웠다(멸치볶음과 삼치구이는 자연식물식에 포함되지 않지만 조금씩 먹고 있다). 삼치구이에는 생양파와 매운 고추를 곁들이니 좋았다. 저녁에는 무생채 비빔밥을 하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바람에 만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가족들이 자연식물식 음식을 잘 먹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아직 배달음식을 종종 먹곤 한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으로 저녁은 내 것만 차렸다.
*표지 사진: Unsplash의 Benjamin Hugg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