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무생채를 만들고 남은 양념이 있다. 무채가 너무 짜게 절여진 바람에 양념을 조금만 사용하고, 남은 양념은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양념이 있으니 어떤 채소든 사다가 김치를 담그려고 마음먹은 차에, 마트에서 무 한 개를 사 왔다. 열무를 살까 하다가, 냉장고에 아직 열무김치가 있으니 깍두기를 담그기로 생각을 바꿨다. 무는 씻어서 필러로 껍질을 벗기고 깍둑썰기로 썰어서 소금 두 큰 술에 (30분 정도) 절였다. 아이가 까르보나라를 만드는 바람에 곁에서 조수 노릇을 하면서 깍두기를 만들었다. 아이 조수 노릇으로 페코리노치즈도 갈고, 달걀노른자도 분리하는 동안 깍둑썰기한 무가 잘 절여졌다. 너무 오래 절이면 짜지니, 차라리 좀 싱거운 게 낫다. 절여진 무는 몇 번 헹구었다. 잘라 둔 양파 2개와 파 1뿌리, 그리고 며칠 전에 남겨둔 양념을 섞어서 무치니 깍두기가 완성되었다. 양념은 멸치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식초를 2:1:1:1:1의 비율로 섞었었다. 같은 양념을 사용했지만 지난번 무생채는 너무 짰는데, 이번에는 무를 살짝 절여서 적당히 삼삼하고 시원한 깍두기가 만들어졌다.
어제 아침에는 산을 두어 시간 오르고, 오후에는 한강변과 시내를 두어 시간 걷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는 잠깐 등산을 나가기 망설여졌다. 망설일 때에는 일단 나가는 게 능사다. 아직 가족들이 단잠을 자고 있고, 주말의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가까운 등산로를 두어 시간 산책했다. 나가니 바깥은 생각보다 쌀쌀했지만 청량한 공기가 좋았다. 해도 이미 떴지만(일출은 놓쳤지만), 아침의 햇살은 눈부시도록 맑은 느낌이다. 산을 오르내리며 보는 경치가 좋아서 중간중간 멈추어 가며 구경을 했다. 2주 이상 같은 산책로를 다니고 있지만, 어쩌면 매일 다른 느낌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가 많은데, 산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도 충분히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식물식 103일째다. 몸무게가 좀 늘어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몸은 정말 정직해서 요즘에 아침도 먹고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도 조금씩 먹었더니 몸무게가 그새 1킬로 정도 늘었다. 운동으로 소모하는 칼로리가 많지만, 몸무게는 움직임보다는 음식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 다른 컨디션은 모두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