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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Oct 24. 2024

나물무침보다 쉬운 깍두기

며칠 전에 담근 깍두기가 삼삼하고 새콤하게 익어서 가족들에게 인기가 좋다. 깍두기가 벌써 동이 나려 해서 새로 깍두기를 했다. 배송 온 무를 보니 아주 작다. 과장 좀 보태면 팔뚝보다 약간 굵을 정도로 가늘다. 지난번에 마트에서 사 온 무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양이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생선조림에나 쓸까 하다가, 가족들이 깍두기를 잘 먹는 모습이 생각나서 적으면 적은 대로 만들려고 무를 꺼냈다. 작은 무를 씻어서 필러로 껍질을 벗기니 더 작아졌다. 친환경 무니, 껍질째 먹어도 좋지만, 껍질에 상처 난 부분이 많아서 다 벗겨냈다. 작으니 만들기는 더욱 수월하다. 무가 작으니 1센티 두께로 잘게 깍둑썰기를 했다. 썰어 둔 무는 소금 한 큰 술 반에 절이고, 양파도 큰 걸로 2개를 꺼내어 무와 비슷한 크기로 잘랐다. (30분 정도) 절인 무를 몇 번 헹구고, 양파와 양념을 넣어 버무렸다. 양념은 멸치액젓, 고춧가루, 설탕, 매실청, 식초를 3:2:1:1:1의 비율로 섞어서 사용했다. 한 개를 먹어 보니 간이 짭조름하다. 무에서 물기가 빠져나오면서 싱거워질 테니 약간 짭짤해도 괜찮다. 냉장고에서 간이 고르게 잘 배면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김치가 좋아졌다. 물김치를 삼삼하게 담가 두고 아침, 저녁으로 샐러드 대용으로 먹는다. 깍두기나 열무김치, 배추겉절이, (여름에는) 오이김치도 자주 담근다. 조금씩 담그니 나물무침보다 쉬울 정도로 금방 담근다. 조금씩 만드니 짜지 않게 담가도 맛이 변하기 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 담근 깍두기는 무가 작아서 양파까지 넉넉히 추가했지만 중간 사이즈 통에도 가득 차지 않을 양이니 며칠이면 다 먹고, 또 새로운 김치를 담글 판이다. 김치는 담글 때마다 식재료나 양념의 차이로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다양하게 변하는 맛이 싫지 않다. 오히려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더욱 김치를 담그는 재미가 있다. 어떤 날은 멸치액젓을 좀 더 넣어서 감칠맛 있게 만들고, 또 어떤 날은 고춧가루를 한 큰 술 더 넣어서 빨갛게 담그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식초와 매실청을 넉넉히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심지어 오이는 고춧가루 없이 새콤달콤한 맛으로 하얗게 담가도 좋다.


김치를 담근 날은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팔뚝만 한 작은 무로 쉽게 담근 적은 양의 깍두기지만, 오늘은 김치를 담근 날이라는 보람이 있다. 그러니 오늘 아침에 배송 온 조그만 무가 의미 있는 일을 한 셈이다. 내일은 새로 담근 깍두기를 맛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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