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미소리 Oct 26. 2024

뚝딱 담그는 배추겉절이

대형마트에 간 김에 배추와 무를 사 왔다. 이전에 대형마트는 가공식품을 사서 쟁여 두려고 가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대형마트에 가도 자연식품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가족들에게 필수적이거나 가족들이 선호하는 가공식품은 카트에 집어넣지만, 주로 고르는 것은 자연식품이다. 친환경 매장에는 무가 너무 작고 배추와 양배추는 구경도 못하는데, 대형마트에는 무와 배추, 양배추까지 다 구비되어 있다. 배추는 부피에 비해서 좀 가벼운 게 속이 실할 것 같지는 않지만, 겉절이라도 하려고 한 포기 고르고, 무는 굵고 무거워서 2개를 집고, 양배추는 너무 작지만 물김치를 담그려면 필요하니 한 개를 담았다.


사 온 식재료 중에 부피가 큰 것을 먼저 손질했다. 배추는 부피가 커서 냉장고에 넣으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 바로 음식을 만드는 편이 낫다. 배추 한 포기를 씻고 잘라서 소금 4큰술에 절였다. 질긴 진녹색 겉장은 배추된장국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고 따로 빼 두었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무 한 개를 씻고 필러로 껍질을 벗겨서 나박하게 잘랐다. 배추의 양이 적으니 무를 한 개 다 넣어서 양을 좀 늘렸다. 나박하게 자른 무는 소금 1큰술 반에 절였다. 굵은 파 2뿌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양념을 만들었다. 양념은 멸치액젓 4, 고춧가루 4, 설탕 2, 매실청 2큰술을 사용했다. 파를 많이 넣으니 양파는 넣지 않았고, 다진 마늘도 사용하지 않았다. 30분 이상 절여서 숨이 죽은 배추와 무를 여러 번 씻어서 양념에 버무리고 마지막에 대파도 잘 섞어 통에 담았다. 마침 식초가 떨어져서 넣지 못했는데, 남편은 오늘 김치가 맛있다고 한다. 신맛이 전혀 없으니 오히려 짠맛이 많이 올라온다. 내가 좋아하는 새콤한 맛의 김치는 아니지만, 숙성되면서 신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오길 기다려야겠다.


배추 겉잎 몇 장은 겉절이에 넣기에 너무 질겨서 배추된장국을 급히 끓였다. 미리 멸치육수를 내지 못해서 물에 다시마와 건새우, 된장을 넣고 끓이다가 배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고 푹푹 끓였다. 마지막에 두부 반 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였다. 겉절이를 만들면서 한참 끓였는데도 된장국을 맛보니, 배추가 그리 부드럽지 않다. 다음에 배추 겉잎으로 된장국을 만들 때에는 한소끔 더 끓여 보아야겠다. 배추에서 달고 깊은 맛이 우러나서, 간은 된장 한 가지만으로 했는데도 국물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다.


처음 자연식물식을 시작할 때, 김치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작은 알배기 배추 한 포기 가지고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배추 한 통을 사용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는데, 오늘은 배추 한 포기도 적어서 커다란 무까지 한 개를 다 사용했다. 언젠가 배추 서너 포기를 한 손에 쥐락펴락 하면서 배추 한 포기 가지고 씨름한 오늘을 돌아볼지도 모르겠다. 자연식물식 109일째다. 가족들에게 닭백숙을 해 주었지만, 나는 닭은 간도 보지 않았다. 아직 완전한 고기로 차려진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아서, 된장국과 채소 반찬으로 자연식물식 식탁을 따로 차렸다. 만족스럽게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도 몸은 가벼워지고 컨디션도 좋다. 눈의 이물감이 없어져서 매일 렌즈를 낄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쌀쌀한 날의 어묵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