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니 물김치 생각이 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날이 더울 때에는 물김치가 맛있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물김치에는 손이 가지 않다가, 늦봄이 되니 다시 물김치가 당긴다. 물김치는 물을 많이 넣고 짜게 담가서 반찬으로 먹는 것보다, 삼삼하게 건더기를 많이 넣고 담가서 샐러드처럼 즐기는 편이다. 짜지 않게 만들어 두면, 아침 샐러드 대신 한 대접 먹으면 하루 종일 속이 편하다.
이번에는 마침 오이가 많아서 오이 5개를 주재료로 물김치를 담갔다.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던 양배추도 꺼내고 오래된 사과도 두 개 사용했다. 먼저 절여야 하는 양배추를 손질했다(한 통은 많아서 조금 남겼다). 냉장고에 오래 두었더니 겉잎이 말라서 겉잎을 떼어내고 깨끗한 부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물에 씻었다. 굵은소금 한 줌으로 절여 두고 오이를 손질했다. 물에 담가 둔 오이를 씻어서 길게 사등분으로 가른 뒤에 한 입 크기로 잘랐다. 오이도 양배추와 섞어서 잠깐 절였다. 양배추와 오이가 절여지는 사이에 사과 2개도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오래된 사과라 껍질을 벗기고 사용했다. 이제 사과는 조금 기다려야 제철이 되니 아쉬운 대로 묵은 사과를 이용했다. 찹쌀가루 한 큰술에 물을 넉넉히 넣고 한 번 포르르 끓이면 찹쌀풀이 된다. 이 찹쌀풀이 들어가야 물김치 맛이 산다. 찹쌀풀을 끓이는 그 간단한 과정으로 물김치 맛은 좌우된다. 찹쌀풀이 한 김 식었을 때, 찹쌀풀에 나머지 양념을 섞었다. 이번에는 매실청을 넉넉히 넣어서 단맛을 살리고, 설탕은 조금, 식초도 조금 넣고, 굵은소금을 반 큰술 넣었다. 절인 양배추와 오이를 몇 번 헹구고 김치통에 담았다. 잘라 둔 사과도 올리고 양념을 넣고, 통 가득 물을 부으면 물김치 완성이다. 완성되자마자 먹는 물김치는 맹맹하고 별 맛이 없지만 냉장고에서 숙성되면서 채수가 우러나고 간이 배면 점점 맛있어진다.
이렇게 담가 둔 물김치를 다음 날 아침부터 한 대접씩 먹고 있다. 매실청을 넣어서 단맛이 있는 데다, 사과의 향미까지 좋으니 아주 맛있게 되었다. 제철이 아닌 사과는 그냥 먹는 것보다 물김치에 넣어 담가 먹는 게 훨씬 맛있다. 다음 물김치는 남은 사과를 주재료로 담가야겠다. 물김치가 냉장고에 있으니 아침에 샐러드를 만들 일이 없다. 겨울에는 물김치 대신 과일을 주로 먹었는데, 이제는 물김치의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아침마다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