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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19. 2024

자연식물식 10일 차에 감기라니!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며칠 해보니 몸이 편안해서, 30일을 작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도지고 낫기를 반복하는 아토피가 완전히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식단조절을 하다 보면 번번이 흐트러지니, 이번에는 일정기간을 계획하고 기록까지 남겨가며 계속 마음을 다잡고 있다.


오늘은 자연식물식 10일 차이다. 30일 중에 벌써 3분의 1이나 지났다. 시작할 때는 하루가 더디지만 일단 습관이 들면(물론 중간중간에 유혹되는 일들이야 많지만) 시간이 쏜살같다. 자연식물식 식탁을 차리고 먹는 일에는 익숙해지고 있는데, 갑자기 감기가 와서 몸이 무겁다. 아주 심한 감기는 아니지만 미열이 있고 근육통을 동반한 감기라 몸이 자꾸만 가라앉는 느낌이다. 평소 감기를 달고 살던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감기에는 거의 걸리지 않는 사람인데, 에어컨 바람을 쐬고 밤에는 창문을 활짝 열고 잤더니 찬바람이 들었나 보다. 며칠 전부터 몸이 부슬부슬 춥고 어제부터 감기증상이 있더니 오늘은 심해졌다. 목도 코도 불편한 데다 귀에는 뾰루지가 올라오는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다. 전반적인 컨디션 난조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자연식물식을 습관대로 하면서도 먹는 시간과 양이 흐트러졌다. 아침에는 채소나 과일만 먹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루틴이었는데, 감기기운이 있으니 아침에도 따뜻한 음식을 먹게 되고 저녁시간에도 고구마든 옥수수든 과일이든 뭔가를 더 먹고 있다. 물론 아침 몸무게도 늘었다. 아침에 방울토마토와 찐 옥수수를 먹기 시작해서, 간식으로 찐 옥수수를 몇 개나 먹고 점심은 뜨끈한 된장국에 김구이를 먹었다. 저녁에는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었다. 체질식 기간을 포함해서 1년 동안 고기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먹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고기가 당겼다. 감기에 걸리면 잘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나 보다. 고기 대신 두부김치와 상추, 아삭이고추, 적양배추 볶음과 김구이로 저녁을 차렸다. 집에 백김치만 있어서 백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을 두 큰 술씩 넣고 조물거린 뒤에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곁들였다. 감기에는 고기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채소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감귤류의 과일이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몸이 원하는 대로 따뜻한 음식과 채소 위주로 먹었다. 내가 고기가 먹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이들 저녁은 돈가스를 튀겨줬다. 생일이면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사서 튀겨 주셨던, 어머니가 만든 돈가스가 생각나는 날이다.


자연식물식 10일 차인 오늘은 위태로웠다. 자연식물식에는 습관이 붙었지만, 몸 컨디션이 나쁘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냥 이것저것 좀 먹으면 어떤가? 원래 못 먹는 음식도 아니고 특별히 불량식품도 아닌데 안 먹을 이유가 무언가? 감기까지 걸렸는데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 먹는다고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도 자연식물식의 음식을 유지했다. 몸무게는 주춤하고, 산책도 못했지만, 본래 목적이었던 피부는 (티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좋아진 것 같다. 눈의 이물감과 갈증도 감소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 기운과 귀 한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뾰루지가 불편했다. ‘몸의 상태가 좋아진 거라고는 할 수 없잖아?’라며 실망할 수도 있는 날이지만, 명현현상이라고 믿어본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지는 않고, 조금 올라갔다, 내려가고, 그 보다 조금 더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게 인간의 일이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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