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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Feb 28. 2022

제가 '감정 불능'이라고요?

감정수용 & 자기긍정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은 어쩌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꼭 의사나 상담사를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가끔 죄책감이나 불편한 마음을 털어내려고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에서 이유를 찾기도 하는데요. 이때 정말 필요한 것은 나를 먼저 믿어주는 마음입니다. 



https://youtu.be/e2eEM4r8EJw


지난 영상에서는 자기부정의 두 가지 착각에 관해 이야기 나눴는데요. 첫 번째는 ‘나는 내가 맘에 안 들지만 당신은 절대 나를 무시해선 안 돼!’라는 '강요'와 두 번째는 ‘나도 내가 싫은데 남이야 말할 것도 없지...’ 하는 '순응'입니다. 물론 자기 부정이 모두 이렇게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아닙니다. 가령,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을 보았을 때, ‘이건 내가 아니야.’ 혹은 ‘이런 별로인 내 모습 안 볼 거야.’라고 회피하는 것 역시 ‘자기부정’의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다른 사람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이 없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것은 ‘자기부정’에 갇힌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긍정’은 다시 말해 자신을 잘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행동과 생각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때 ‘자기 긍정’이란 ‘저 사람이 나빠서, 혹은 운이 좋지 않고, 상황이 나빠서.’라고 외부에서 이유를 찾는 대신에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내 탓이오!’ 후회하기를 부추기려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싶은 상황에서는 늘 부정적인 감정이 함께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사실 어떤 것이 먼저라기보다 '사건'과 '감정'은 늘 붙어서 다니는데요. 그렇다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려고만 하면 그 상황 자체를 회피해버리거나 감정표현을 일부러 숨기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감정을 잘못 표현하는 바람에 관계를 망친 경험이 있거나 일을 크게 그르쳤다면 그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게 느껴질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예 감정을 숨기는 게 낫다고 착각하게 되죠.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핑계로 상황을 피해 보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감정은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감정표현을 피하는 일이 반복되면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아예 모든 감정에 무뎌지는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한 환자가 큰 병에 걸렸는데 치료 시기를 놓쳐서 영영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감정을 회피하는 것도 이것과 비슷합니다. 감정 표현을 피하거나 더 심각하게는 감정에 무뎌진다고해서 우리 마음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조심조심 꾸며진 감정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관계는 건조하고 불안합니다. 느낀대로 생각한대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안전한 관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감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이성적인 판단조차 감정 기능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본문하단) 감정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것은 나를 수용하고 표현하는 것과 서로 통하는 말입니다. 오늘은 나를 들여다보는 첫 번째 방법 ‘감정수용’ 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그럼 화가 날 때는 무조건 화를 내야 할까요?
아니면 평화를 위해 참아야 할까요?
아니면 상황에 맞게 잘 컨트롤 하는 게 정답일까요?



이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화를 낼지 말지가 아니라 감정 아래에 있는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때, 화를 낼지 참을지도 결정할 수 있고 결정한 대로 단호하게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를 때, 그 답답한 마음 때문에 상대방에게 알아달라고 화를 내게 됩니다. 그 답답한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감정수용’입니다.


혹시 사람에 대한 감정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되는데요. 가깝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일수록 감정의 깊이도 함께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오래전 이런 문제로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어 나누려고 합니다.



당신 생각 때문이 아닙니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말하자면 그저 호르몬 이상 같은 겁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그동안 제 감정에 대한 죄책감이 싹 사라졌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왜 미워하게 되었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혹은 ‘그렇다고 내가 미워해도 되는 건가?’ ‘이건 잘못된 게 아닌가?’ 복잡한 생각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어떤 이유이건 ‘내가 그렇게 느꼈다.’라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그리고서 저를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호르몬 이상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이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감정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보니 저를 더 들여다볼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묻고 대답하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어요. 저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거에요.


아마도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된 그럴듯한 증거를 밖에서 찾으려고 했다면 저는 상대방을 더 미워하고 또 그런 제 모습이 더 한심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쩜 허무하게도 ‘호르몬’ 덕분에 그런 감정의 증거를 찾겠다는 생각이 사라진 거에요. 꼭 ‘호르몬’이 아니어도 상관없었을 겁니다. 애초부터 감정을 수용하는 데는 그 감정 이외에 다른 증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슬프니까 슬픈 거고, 화가 나니까 화가 나는 거죠. 누군가를 미워할 수도 있고 그래서 마음이 아플 수도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네. 당연히요.

그렇게 감정을 수용하고 나면 그때부터 그 안의 욕구를 들여다볼 용기가 생깁니다. 제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것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는 각기 다른 감정과 욕구가 있을거에요. 인정받고 보살핌받고 싶었던 내 마음, 정말 잘하고 싶었던 내 마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그 진짜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주는 것이 바로 ‘자기 수용’입니다.




아, 속이 상했구나!
아, 화가 난 게 아니라 인정받고 싶었구나!



간단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이렇게 질문하고 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충분히 마음을 들여다본 뒤에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번 관찰해보세요. 예를 들어 완벽해지려는 생각도 불안이나 수치심 또 그 밖에 각자가 느끼는 어떤 감정들과 연결되어 있고, 또 그 안에는 각자가 정말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먼저 자신에게 느껴지는 감정을 충분히 수용하고 나면 관련된 행동들, 강박적인 반복이나 완벽주의, 미루기, 게으름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수많은 행동을 바로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줄 거라는 기대,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잘 풀려야 한다는 기대. 그런 기대는 잠시 내려놓고 먼저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 보세요. 스스로 감정을 읽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겁니다. 자기수용만으로 우리는 충분한 위로와 안정을 얻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내 편인 나의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리사 펠드먼 베럿은 ‘감정은 의미’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경험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감정이 의미하는 것도 각자가 다릅니다. 흔히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감정을 수용할 때 가장 필요한 개념입니다.


"나 화 안났어!! 화 안 났다고!!"
"나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어떻게 그 감정을 더 들여다볼 수가 있을까요? 불편한 상황에서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싶은 ‘자기부정’의 위험신호입니다.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은 어쩌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지 모릅니다. 꼭 의사나 상담사를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가끔 불편한 마음을 털어내려고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에서 이유를 찾기도 하는데요. 이때 정말 필요한 것은 나를 먼저 믿어주고 바라봐주는 마음입니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 감정은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았다.’


이렇게 스스로 감정을 수용하고 나면 그제서야 조금씩 그 안을 들여다볼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가지고 생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분명 내 안에 있는 답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여러분과 그 여정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평소에 감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좋아요.’,‘와~! 너무 멋있다.’ 이런 기쁨, 혹은 펑펑 울고 싶을 만큼 속상하고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감정에도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표현할 때 그 감정과 연결된 생각도 함께 차곡차곡 정리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현하지 않고 한쪽에 밀어놓은 감정은 마치 창고에 묵혀둔 음식과 같습니다. 그것이 음식물 쓰레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갈테고 달달한 솜사탕이라면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스르르 녹아 없어져 버릴 거에요.


감정과 생각을 효율적으로 붙잡아두고 싶다면 평소에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확인해보세요.



지금, 어떤 감정이 느껴지나요?



그리고 가끔은 어렵게 느껴지는 감정도 용기 내서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인식하는 것만큼 말로 표현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한데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의식적으로 감정을 표현해보세요. 논리적인 대화에서도 감정표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함께 전달할 때 상대의 제스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해보세요.


오늘은 누구와 어떤 감정을 나누고 싶으신가요?

혹시 그동안 구석에 밀어두었던 감정이 있으신가요?


감정에 솔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 솔직하게 표현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날 되시길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Switch on your life. 저는 여러분의 라이프코치 혜진입니다.


https://youtu.be/Yfjr5Njj_7s

참고자료


* Emotional literacy 정서지식/감정파악능력 https://www.verywellmind.com/signs-of-low-emotional-intelligence-2795958 


* Alexithymia 감정표현불능증 http://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0215750713894.pdf https://en.wikipedia.org/wiki/Alexithymia 


* TAS-20K 20항목 Toronto 감정표현불능증 척도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0330650219366.pdf (부록 척도 참고)


* 칼럼_감정이 없으면 이성도 마비된다 _ 데카르트의 오류, 안토니오 다마지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0%90%EC%A0%95%EC%9D%B4-%EC%97%86%EC%9C%BC%EB%A9%B4-%EC%9D%B4%EC%84%B1%EB%8F%84-%EB%A7%88%EB%B9%84%EB%90%9C%EB%8B%A4/  


* Emotional Oracle Effect 느낌을 믿으면 암묵적 지식의 활용을 극대화하여 미래 사건의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짐. Pham, M. T., Lee, L., & Stephen, A. T. (2012). Feeling the future: The emotional oracle effec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3), 46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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